구제역엔 속수무책, 대행사엔 6억 퍼주기

HOME > 사설
구제역엔 속수무책, 대행사엔 6억 퍼주기
  • 입력 : 2025. 09.05(금) 12:10
  • 영암열린신문

구제역으로 취소된 영암왕인문화축제가 남긴 것은 6억 원의 의혹뿐이다. 3월부터 7월까지 114일간 지속된 구제역은 영암에 1,128두의 피해를 입혔고, 지역경제를 마비시켰다. 그런데 축제가 취소됐는데도 대행사는 6억 원을 챙겼다. 전체 예산 15억 6,000만 원의 절반 가까이가 행사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영암군의 태도는 더욱 어처구니없다. 축제 기간이 9일에서 4일로 단축됐는데도 계약 변경 한 번 하지 않았다. 구제역이라는 불가항력 재난에서도 가수 계약금 1억 원을 고스란히 지급했다. 의회가 환급 불가 이유를 묻자 관광과장은 “코로나 이후 노쇼 방지 관행”이라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정보 은폐는 더 심각하다. 7월 말 정산서류를 받고도 한 달간 숨겼다가 의회 추궁 후에야 “회계감사를 하겠다”며 200만 원을 요구했다. 다른 용역비는 수천만 원씩 쓰면서 정작 중요한 감사는 이제야 한다는 것인가. 9월 4일 내놓은 해명 보도자료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집행”이라면서 핵심 의혹엔 답이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재난 상황을 악용한 특혜성 예산 집행 의혹이다. 동일 기획사가 3년 연속 축제를 독점했고, 군수 측근 연루설까지 제기됐다. 한 의원이 “거짓말하면 고발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빈말이 아닐 것이다.

영암군은 재정난으로 국도비 매칭도 반납하는 형편이다. 군민들은 구제역으로 생계가 무너졌는데 축제 대행사만 배를 불렸다. 이것이 ‘군민을 위한 행정’인가.

지금이라도 영암군은 모든 정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의회가 요구한 계약서, 증빙서류, 계좌거래 내역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부당 집행이 확인되면 즉각 환수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114일간의 구제역 고통을 묵묵히 견딘 군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할 것이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