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집 팔고 떠나라니”…영암군청 앞 붉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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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집 팔고 떠나라니”…영암군청 앞 붉은 물결
10년 귀농인 “한전서 집 팔 생각 없냐 묻더라”
“34만5천볼트 머리 위로 불덩이” 농민들 분노
송전철탑 모형 부수며 “군청을 철탑 밑에 지으라”
  • 입력 : 2025. 09.12(금) 11:16
  • 선호성·이민정 기자

10일 오전 9시 30분, 영암군청 앞. 빨간 머리띠를 두른 주민 100여 명이 모였다. 손에는 ‘송전탑 반대’ 피켓, 앞에는 2미터 높이 송전철탑 모형이 세워졌다.

권혁주 집행위원장이 모형을 가리켰다. “이 모형은 2미터밖에 안 되지만 실제로는 약 50미터 정도 됩니다. 이런 것들이 영암읍 한대리에서 시작해서 영암읍 마을 4개를 지나서 금정으로 넘어가고, 금정에 2~3개 마을, 덕진의 3개 마을, 신북은 7개 마을을 거의 남북으로 관통해서 나주 쪽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10년 일군 삶터를 떠나라고?”

김노연 씨(금정면 연보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지난 8월 말 일하는 곳에서 우연히 한전 PPT 자료를 보게 되었고, 그제서야 34만 5천 볼트 초고압 송전철탑이 저희 집 뒤 작은 산 위에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자료 사진에서 저희 집은 주거지로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고 송전철탑 예정지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한전 직원과의 대화를 전했다.


“한전 직원이 지도로 저희 집 위치를 보더니 ‘집 팔 생각이 없냐’고 말했습니다. 요즘 민원 때문에 집도 사준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차했는지 농담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농담이겠습니까?”

김 씨는 거리 문제도 지적했다. “한전 직원은 주거지 500미터 이상으로 떨어진다며 큰 문제없을 듯 말했습니다. 제가 지도로 재어보니 반대편 주민 집과의 중간 위치는 200~300미터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0년 전 고향으로 귀농해서 남편과 손수 집을 짓고 빚을 얻어 주변 농지를 구입하고 살뜰히 가꾸던 저의 삶은 한전과 영암군과 주민대표라고 칭하는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누가 결정권을 줬나

김원근 한농연 영암군연합회장이 입지선정위원 구성을 폭로했다.

“9명이 참석했습니다. 시종면 비대위원장, 도포면 이장단장, 신북면 이장단장, 덕진면 이장단장, 영암읍 이장단장, 금정면 이장단장, 군서면 이장단장, 서호면 이장단장, 학산면 이장단장 그리고 공무원 1명. 10명이 참석해서 영암군으로 거의 확정이 되고 이렇게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는 “이장단장은 이장들이 뽑은 거지 우리가 뽑은 게 아닙니다. 왜 이 사람들이 영암군의 지시를 받아서 이 선로가 지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내 몸이 부서지든 막아내겠다”

박춘홍 금정면 대책위원장이 결의를 밝혔다.

“악덕 기업 한전에다가 빨간 완장을 쳐준 정부를 규탄하고, 그 빨간 완장의 힘으로 영암군을 어떻게 삼았는지, 주민도 모르게 진행해 온 영암군을 박살내든 규탄하든 내 몸이 부서지든 말든 결코 막아내겠습니다.”

조광호 신북면 청년회장도 분노했다.

“저희 신북면은 7개 마을이 거의 남북으로 관통합니다. 제 자식들이 앞으로 신북을 위해서 계속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고 싶어서 열심히 봉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런 소식을 접하니 안 올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 위로 불덩이가 지나간다”

권혁주 집행위원장이 전자파 위험을 경고했다.

“주민들 머리 위로 불덩이가 지나가는 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영암군은 지금까지 암암리에 깜깜이 진행했습니다. 여러분이 집에서 쓰는 전기가 220볼트인데, 지나가는 게 34만 5천 볼트입니다. 상상이 가십니까?”

그는 “34만 5천 볼트가 머리 위로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전자기파는 사람에게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벌들이라든지 이런 것들로 인해서 농작물에 대한 피해도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전선로 좋으면 군청을 철탑 밑에”

오전 10시 30분경, 4개 읍면 대표들이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송전철탑 모형을 내리쳤다.

박춘홍 위원장이 제안했다. “그렇게 송전선로가 좋으면 영암군청을 철탑 밑에다 지으라고 하세요.”

권혁주 집행위원장이 덧붙였다. “한전은 철탑 밑에 200미터만 벗어나면 전자파 영향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그런데 왜 여기(군청)는 안 되고 우리가 사는 지역으로는 가야 한단 말입니까? 왜 대도시로는 가지 않고 농촌 어촌 지역으로만 이런 위험시설들이 몰려든단 말입니까?”



“화물차 150대로 한전 포위”

정철 대책위원장이 향후 계획을 밝혔다.

“다음 주 17일 영암군청 찍고 한전 본사까지 대대적인 차량 시위를 할 겁니다. 화물차가 150대 이상은 가야 되고 사람도 200명 이상은 참석해 주셔야 저희들의 세력을 보여주고 막아낼 수 있습니다.”

“10월 한전 국정감사 때는 최소 50명 이상은 한전 본사를 점거해야 됩니다. 17일 날 지나고 나면 저희 금정면 반대대책위에서는 1인 시위를 할 겁니다. 2인 1조로 해서 한전 본사에서.”


권혁주 집행위원장이 마무리했다.

“오늘은 평화적으로 하지만, 한전 본사 갈 때는 부지깽이라도 하나 들고 오시고, 트랙터, 콤바인, 이양기, SS기, 하여튼 우리 농민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건물을 무너뜨리도록 해보려 합니다.”

마지막 구호가 영암군청 앞을 울렸다.

“영암군은 송전선로 철탑 건설 반대 입장 표명하라!”

집회는 끝났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이제 시작이었다. 일주일 뒤 화물차 150대가 한전으로 향할 예정이다.

선호성·이민정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반대집회 | 신해남-신장성송전선로 | 영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