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제3차 입지선정위원회가 열렸다. 함평군 대표는 “군민들의 단합된 힘 덕분에 사실상 제외됐다”며 기뻐했다. 같은 날, 영암군 4개 읍면을 관통하는 경로가 확정됐다. 그런데 영암 주민들은 이 사실을 3개월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행정인가.
영암군은 2023년 4월부터 이 계획을 알고 있었다. 2024년 7월에는 입지선정위원을 추천했고, 이들은 나주의 호텔과 리조트에서 4차례나 회의를 했다. 그 2년 동안 영암군은 단 한 번도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영암군 조례는 갈등시설 설치 시 주민 고지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침묵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입지선정위원 구성이다. 9명 대부분이 이장단장들이었다. 주민들이 송전선로 결정 권한을 위임한 적도 없는 이들이 영암의 운명을 결정했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이것이 주민자치인가.
한전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적경과대역에는 광주 광산구와 전남 5개 시군(장성, 함평, 나주, 영암, 강진)이 포함됐다. 그런데 함평은 격렬한 투쟁 끝에 나산면 일부만 살짝 걸치게 됐다. 사실상 제외된 것이다. 반면 영암은 4개 읍면이 관통하게 됐다. 한전은 저항이 거센 곳은 피하고 조용한 곳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국가 기간시설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정보 격차를 악용했다.
영암이 선택된 이유는 명백하다. ‘조용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조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성, 나주, 강진도 같은 대상 지역이지만, 영암만큼 철저히 정보가 차단된 곳은 없었다. 영암군이 2년간 정보를 차단해 ‘무저항 지역’을 만들어 냈고, 한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영암군은 답해야 한다. 왜 2년간 숨겼는가. 왜 주민 동의 없이 이장단장들에게 결정권을 넘겼는가.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영암군민들이 9월 17일 화물차 150대를 몰고 한전으로 향한다고 한다. 금정면 대책위원장은 “내 몸이 부서지든 말든 막아내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분노다. 그런데 묻고 싶다. 영암군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전히 한전 편에서 ‘협조’만 하고 있는가. 아니면 비로소 군민 편에 설 것인가.
함평은 ‘군민의 단합된 힘’으로 막아냈다. 핵심은 정보공개와 주민 참여였다. 영암에게는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영암군은 지금이라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한다면 군민과 함께 싸워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책임이자 속죄다. 민주주의는 정보공개에서 시작된다. 주민자치는 참여에서 완성된다. 영암군이 이 기본을 망각한 대가를 군민들이 치르고 있다. 이제라도 영암군은 ‘누구를 위한 행정’을 하는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