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최근 발표한 세 가지 에너지 정책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7월, 삼호·미암 간척지 1,700헥타르를 태양광 단지로 전환한다. 2,000MW 규모다. 9월, 간척지 태양광 수익을 전 군민에게 ‘햇빛연금’으로 지급한다. 에너지 기본소득이다. 같은 9월, 왕겨와 볏짚으로 연간 730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최초 농업부산물 수소도시에 선정됐다.
각각의 정책만 보면 혁신적이다. 그런데 세 정책을 함께 놓고 보면 흥미로운 모순이 드러난다.
삼호·미암 간척지는 현재 영암 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연간 200억 원의 농업 생산이 이뤄진다. 이곳이 태양광 단지로 바뀌면 벼농사는 사라진다. 그런데 영암군은 동시에 왕겨와 볏짚으로 수소를 만들겠다고 한다. 벼농사가 사라지는데 볏짚과 왕겨는 어디서 나오는가. 축산농가의 주요 조사료 공급원이 끊기는 건 덤이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영암의 농업부산물을 활용한’ 수소도시라는 의미가 퇴색된다. 운송비용과 탄소배출도 늘어난다. 경제성은 어떻게 되는가.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이런 설명이 없다.
햇빛연금도 마찬가지다. 농지 1,700헥타르가 사라지는 대가로 군민 1인당 월 얼마를 받게 될까. 영암군은 아직 구체적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설령 월 10만 원이라 해도 연 120만 원. 영암군 인구 5만 3천 명 기준 연 636억 원이다. 간척지 농업 생산 연 200억 원의 3배다. 그런 수익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가.
세 정책은 다른 시기에, 다른 목표로 만들어진 듯하다. 농업부산물이 필요한 수소도시를 추진하면서, 농업 자체를 없애는 태양광 사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모순을 햇빛연금이라는 현금으로 덮으려 한다.
정책의 정합성이란 이런 것이다. A를 하려면 B가 필요한데, 동시에 B를 없애는 C를 추진한다면, 그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영암군의 세 정책이 바로 그렇다.
RE100 산업단지 유치 경쟁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다. 에너지 전환도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서로 충돌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영암의 미래는 어느 쪽인가. 농업부산물로 수소를 만드는 농업 기반 에너지 도시인가, 아니면 농지를 모두 패널로 덮은 태양광 도시인가. 두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적어도 지금의 계획으로는.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