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통합RPC가 올해 벼 우선지급금을 40kg당 6만 5천 원으로 결정했다. 농민단체가 요구한 7만 원에서 5천 원이나 후퇴한 금액이다. 단순한 가격 협상의 실패로 볼 일이 아니다. 이는 한국 농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 즉 생산자인 농민이 자신의 생산물 가격 결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현실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20년 전 쌀값이 6만 440원이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복합비료 가격은 3배나 올랐다. 100마지기를 경작해도 연 1,400만 원 남짓.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익으로 어떻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수 있겠는가. 영암군 인구가 5만 명 선 붕괴 위기에 처한 것도 농업 경쟁력 상실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격 결정 구조의 불투명성이다. 표면적으로는 통합RPC 이사회가 결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조합장 협의회가 좌우한다. 농민들이 삼호농협 앞에서 집회를 연 것도 그런 맥락이다. 공식 절차와 실제 권력이 일치하지 않는 이 기묘한 구조 속에서 농민들은 누구와 협상해야 할까.
농협이 전체 벼 수매량의 60~70%를 차지하면서 시장 가격의 기준점이 되었지만, 그 책임은 회피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 5만 9천 원에 수매한 나락이 8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농민에게 이익이 환원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농민회가 제안한 ‘벼 가격 결정 위원회’를 구성해 농민에게 실질적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농협은 수매·가공·판매 전 과정의 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공공비축미 중간정산금을 현실화해 시장 가격의 하한선을 보장해야 한다.
쌀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식량주권과 농촌 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농민의 목소리가 가격에 반영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특별한 요구가 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