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없인 대화 없다”…한전 주민설명회 두 번째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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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화 없인 대화 없다”…한전 주민설명회 두 번째 무산
한전 “조끼 입은 주민 못 들어간다” 입장 거부 논란
대책위만 참석한 설명회…“주민 없는 주민설명회” 비판
한전 “60회 협의” 주장했지만, 실제 공개설명회 단 2회
31일 입지선정위 6차 회의 앞두고 갈등 최고조
  • 입력 : 2025. 10.31(금) 15:06
  • 선호성·이민정 기자

29일 오전 10시 영암 트로트가요센터에서 예정됐던 한전의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 주민설명회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 10월 14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한전 오효근 입지선정부장은 설명회장 입구에서 “조끼와 머리띠를 착용한 사람은 입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책위 측이 “주민이 주민설명회에 못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자, 결국 영암군의회 의원들의 중재로 입장은 허용됐다.

그러나 설명회장에는 대책위 관계자 50여 명만 있을 뿐, 일반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책위 권혁주 집행위원장이 “주민이 한 명도 없는데 무슨 주민설명회냐”고 따지자, 한전 측은 “여기 오신 분들도 주민”이라며 설명을 강행하려 했다.

핵심 쟁점은 ‘사업 백지화’ 여부였다. 정철 대책위원장은 “최적경과대역까지 확정해 놓고 인제 와서 설명회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전면 백지화한 후 설명회를 하면 조끼도 벗고 참석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 김춘성 입지선정부장은 “한전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대안이 있으면 고민하겠다”며 “타당성이 있으면 사업 백지화도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결정된 사업으로 뒤로 갈 수는 없다”는 오효근 부장의 발언과 모순됐다.

특히 대책위는 “작년 5월부터 시작했어야 할 설명회를 최적경과대역 확정 후에 하는 것은 통보에 불과하다”며 “2년간 깜깜이로 추진하다 주민이 알게 되니 뒤늦게 설명회를 연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혁주 집행위원장은 “영암군에다 공문 보내고 현수막 하나 걸었냐”며 “작년에는 이장단장하고만 몰래 만났다”고 밀실행정을 비판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한전 내부 문서에 따르면, 한전은 8월 13일 금정면장과 입선위원들에게만 경과대역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결국 20여분 만에 “더 이상 진행이 불가하다”며 일방적으로 설명회를 종료했다. 하지만 한전 오효근 부장은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60회 이상 협의’의 실체

30일 본지가 확보한 한전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영암지역 협의는 총 60회 이상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입선위원 14회, 자문위원 14회, 지자체 21회 등 대부분이 특정 인물과의 제한적 접촉이었고, 일반 주민 대상 공개 설명회는 10월 14일과 29일 단 2회뿐이었으며 그마저 모두 무산됐다.

더욱 문제는 한전이 이날 무산된 설명회를 내부 문서에 ‘반대위 측 질의사항 답변 등 20여분간 진행’이라고 기록한 점이다. 주민 없이 대책위의 항의만 받다 무산된 설명회를 마치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처럼 공식 기록에 남긴 것이다.

반면 한전이 같은 날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는 설명회 무산을 언급하지 않은 채 “지역과 함께 이뤄가는 사업”이라며 km당 20억 원, 영암군 약 400억 원의 보상을 강조했다. 이는 29일 집회에서 대책위가 “보상 운운 주민 분열 획책”이라고 비판한 바로 그 전략이다.

31일 예정된 입지선정위원회 6차 회의를 앞두고 한전과 주민 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대책위는 “입선위 장소도 알려주지 않는 밀실행정”이라며 “송전탑 위치가 확정되기 전 대규모 집회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선호성·이민정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송전선로 | 영암군 | 주민설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