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A업체 납품 모래, 2024 영암군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사용 모래 |
영암군이 발주한 삼호 어울림문화체육센터 씨름장 모래 납품 사업을 둘러싸고 입찰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 공고 전 규격 자문을 구한 인물이 입찰 예정가격 산정을 위한 견적 제출에도 참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계약업체는 “규격에 맞는 모래를 납품하려 했으나 군이 부당하게 거부했다”고 반발하고, 영암군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맞서고 있다. 이 여파로 센터 개관도 두 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7월 장흥 대회서 자문…한 달 뒤 같은 사람에게 견적
영암군 공영개발사업단 스포츠시설팀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올해 7월 3일 전남 장흥에서 열린 대통령기 씨름대회 현장을 방문해 당시 경기장 모래를 납품한 씨름계 개인사업자에게 모래 규격과 선수 안전 등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한 달 뒤인 8월 5일, 영암군이 입찰 예정가격 산정을 위해 받은 3개 업체 견적서 가운데 한 곳이 이 개인사업자가 대표로 있는 J업체였다. 나머지 두 곳은 경북 구미의 K업체, 서울 강남의 M업체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오랜 기간 씨름장 모래를 납품해 온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았을 뿐”이라며 “3개 업체에 같은 날 동일 조건으로 견적을 의뢰해 적정 입찰금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규격을 정하는 단계부터 견적 산정 과정까지 같은 인물이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찰 전부터 특정 사업자에게 영향력이 집중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 모래밖에 없습니다”…자문인 발언에 논란 확산
논란은 목포MBC가 최근 이 개인사업자와 계약업체 간 통화 녹취를 보도하면서 확산됐다. 녹취록에서 이 개인사업자는 “영암군 납품 조건에 맞는 대한씨름협회 경기용 규사(모래)는 한마디로 말하면 제 모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계약업체는 모래 납품 첫날 영암군으로부터 “영암군 씨름감독의 확인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고, 씨름감독은 개인사업자와 협의하라고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절차였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입찰공고 규격서에 ‘샘플 확인 후 납품’이 명시돼 있다”며 “선수 안전을 고려하면 군 소속 씨름감독이 경기용 모래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명했다.
![]() ▲ 영암군이 입찰공고에 올린 씨름장 모래 규격서 내용 |
규격은 사전 공개…계약업체 “해석이 문제”
영암군은 8월 20~25일 사전규격공개를 통해 씨름장 모래 규격을 미리 공개한 뒤,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전자입찰(추첨)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해 9월 24일 강진군 소재 A업체와 1억 3,9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두 같은 규격서를 기준으로 투찰했다.
입찰 공고에 첨부된 규격서에는 ▲입도(모래 크기) 0.8~2.0㎜ ▲이산화규소(SiO₂) 85% 이상 ▲토양·중금속 기준 적합 ▲대한씨름협회 공인대회 경기용 모래 ▲샘플 확인 후 납품 등 5가지 조건이 명시됐다.
영암군은 A업체가 납품에 앞서 제출한 공인기관 시험성적서를 검토한 결과, 0.6㎜ 입자의 누적 통과율이 24.4%로 나타나 “0.8~2.0㎜ 입도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모래가 지나치게 가늘 경우 다져지면서 딱딱해지고, 발을 디딜 때 쿠션 역할을 하지 못해 선수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A업체는 “시험성적서 기준으로는 규격을 충족했다”며 “군이 규격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영암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자문을 맡았던 개인사업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타 지자체도 유사 규격 사용…공정성 시비는 계속
본지가 확인한 충북 증평초등학교 씨름장 모래 입찰 규격서에도 ‘대한씨름협회 공인대회 경기용 규사’, ‘납품 전 샘플 확인’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어, 이러한 표현과 절차 자체는 다른 씨름장 입찰에서도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증평초, 고성군, 의성유니텍고, 광주공고 등의 나라장터 입찰 사례를 참고했다”며 “증평초는 입도를 0.8~1.2㎜로 했는데, 우리는 0.8~2.0㎜로 더 넓게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한씨름협회에 공식 규격이 없어 실제 공인대회에서 사용하는 모래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을 넓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규격을 넓게 설정했다는 군의 설명과 달리 계약업체의 모래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점, 규격 설계 단계에서 자문을 맡았던 개인사업자가 이후 견적 제출과 납품 현장에도 관여한 정황 등은 여전히 공정성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해당 업체는 “서류상 규격을 맞추려 했음에도 실제 판정은 자문인과 씨름감독의 기준에 좌우되는 구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 ▲ 증평초등학교 씨름장 모래 규격서 내용 |
군 “규격 안 맞으면 해지·재입찰”…개관 늦어지는 삼호센터
영암군은 계약업체에 두 차례 계약이행 촉구 공문을 보내 규격에 맞는 모래 납품 계획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표 명의의 공식 회신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계약업체 대표가 아닌 ‘현장 대리인’ 명의로 내용증명이 왔지만, 군 고문변호사는 “정식 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자문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군은 “정해진 기한까지 규격에 맞는 모래를 납품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올해 12월 다시 입찰 공고를 내 내년 1월까지 씨름장 모래 공급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9월 개관 예정이었던 삼호 어울림문화체육센터 개관 일정도 늦춰지고 있다. 영암민속씨름단 훈련과 주민 생활체육 이용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영암군민의 건강과 씨름단 선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규격을 설정했다”며 “입찰부터 납품 검수까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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