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견학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4일 7차 회의를 앞두고 위원 22명을 고창 전자파 체험관으로 초청해 차량과 식사를 제공하고, 별도의 회의비까지 지급한다고 한다.
입선위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주민대표가 2/3 이상 참여하는 심의·의결기구다. 과거 송전선로 노선이 한전 내부 협의만으로 결정되면서 밀양 송전탑 사태 같은 갈등이 빚어지자, 주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법이 개정된 것이다. 사업자로부터 독립된 위치에서 주민 이익을 대변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사업 당사자 한전이 입선위원들에게 견학과 식사, 회의비를 제공하는 구조가 과연 이 취지에 부합하는가. 더구나 7차 회의에서는 후보경과지가 논의되고, 12월 14일에는 최종 결정이 예정돼 있다. 노선이 확정되기 직전, 가장 민감한 시점에 이런 행사가 열린 것이다.
한전 스스로도 “공정성 문제로 보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위원들조차 “한전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받아 괴롭다”고 하소연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 것을 알면서도 강행한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한전이 드러낸 지역 사회 인식이다. 영암군과 군의회는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 원칙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고,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 대신 지역에 기업을 유치해 전력을 소비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전은 “전기를 너무 모르는 소리”라고 했다. 지자체장과 의회의 공식 의결을 ‘무지한 주장’으로 치부한 것이다.
한전은 또한 “수도권이 송전망이 몇십 배 많다”는 논리를 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수도권 송전선로는 수도권 주민들이 쓸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영암에 건설하려는 송전선로는 전남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다. 전혀 다른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말장난이다.
주민들이 ‘에너지 식민지’라고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산은 농촌이 하고, 소비는 수도권이 하고, 피해는 다시 농촌이 떠안는 구조. 이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전기를 모른다”고 일축하는 것이 한전이 말하는 ‘소통’인가.
반대 대책위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대책위의 대표성에 대해 “누가 인정해 줬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입선위원 역시 주민들이 동의한 적 없이 읍면사무소가 임의로 지명한 것이다. 피해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대책위의 대표성은 부정하면서, 행정기관이 지명한 입선위원의 대표성은 당연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한전은 “영암읍은 자문위원회를 두 번 했고, 경과지 마을 90% 이상이 대책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신북면은 송전선로가 7개 마을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더구나 한전 측 문서에 따르면 영암읍 외 지역의 자문위원회는 열리지도 않았다. 피해가 적은 지역의 반응으로 전체 여론을 말하는 것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
한전은 보도자료에서 “지역과 함께 이뤄가는 사업”, “열린 논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자체 입장은 “모르는 소리”로 치부하고, 대책위 대표성은 부정하고, 피해 지역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심의기구 위원들에게 비용을 대주는 것이 ‘열린 논의’인가. 말과 행동이 다른 한,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