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빠진 농정, 누구를 위한 조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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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빠진 농정, 누구를 위한 조정인가
  • 입력 : 2025. 12.12(금) 13:20
  • 영암열린신문

전라남도가 벼 경영안정대책비를 절반으로 삭감했다. 농어민 공익수당을 10만 원 올리기 위해서란다. 도는 이를 ‘변화된 농정 환경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 했다.

그러나 이 결정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농민은 없었다. 도와 의회가 예산안을 조율하는 사이, 11만 벼농가는 자신들의 소득보전금이 반토막 나는 줄도 몰랐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농민들이 항의하자, 도는 ‘전국 최대 지원 유지’라는 보도자료로 응수했다. 도비 기준으로는 전북보다도 적은데 말이다.

더 씁쓸한 것은 책임 공방이다. 농민단체 반발에 도의회는 “집행부와 협의한 것”이라 했고, 도는 “삭감은 의회 결정”이라 했다. 농민들 앞에서 벌어지는 이 민망한 책임 떠넘기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도의 해명도 궁색하다.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정부 의무매입 체계가 생겼고, 쌀값도 회복세라 했다. 그러나 올해 깨씨무늬병 피해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농가에게 ‘쌀값이 올랐으니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될까. 2026년 농어촌기본소득 도입을 명분으로 들었지만, 그건 아직 2개 군 시범사업에 불과하다. 시작도 않은 사업을 이유로 지금 농가의 버팀목을 깎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벼 경영안정대책비는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다. 쌀값 하락과 재해 앞에서 벼농가가 이듬해 농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전남이 ‘농도’를 자처하면서 2019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제도이기도 하다. 그런 사업을 농민 의견 한 번 듣지 않고 절반을 잘라냈다.

공익수당 인상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한쪽 주머니에서 빼서 다른 주머니에 넣는 것을 ‘공정한 배분’이라 부를 수 있을까. 농민들이 ‘조삼모사’라 분노하는 이유다.

도와 의회는 내년 추경에서 삭감분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신뢰 회복이다. 농민 없는 농정은 농정이 아니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