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영암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농민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땅을 팔아먹었다”, “의회를 해산하라”고 외쳤다. 의원들은 묵묵히 의사를 진행했고,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은 질의·토론 없이 수 분 만에 통과됐다.
영암군농민회는 지난 6년간 간척지 태양광 발전소를 막기 위해 800회가 넘는 1인 시위를 해왔다. 공청회와 주민간담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의회 수정안은 이격거리를 당초 집행부안보다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상임위에서 본회의까지, 절차상 하자는 없다. 그러나 절차의 형식을 갖췄다고 해서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본회의장에서 터진 농민들의 분노는 그간 쌓여온 불신의 폭발이었다.
박종대 의장은 폐회사에서 “그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했다. “임차농들의 영농 지속, 소득 공백 최소화, 대체 경작지 확보 지원 및 보상방안 마련을 끝까지 논의하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농민들 앞에서 한 공개적 언명이다. 이 약속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농민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역사상 최악의 개악”이라며 군수와 의원 8명을 실명으로 규탄했다. “거수기 의회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비판과 함께 지방선거 심판을 예고했다. 갈등은 조례 통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6개월 뒤 지방선거까지, 이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전적으로 군과 의회의 후속 행보에 달려 있다.
지난 사설에서 “통과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썼다. 그 이후가 지금이다. 의회가 약속한 임차농 대책은 구체화돼야 하고, 반대해 온 농민들과의 대화는 형식이 아닌 실질이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농업·농민 보호가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 상생의 길은 있다. 본회의장에서 터진 분노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분노의 씨앗이 될 뿐이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8(월) 1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