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나락값 7만2천원까지 3개월…“구조 바꿔야” 숙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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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나락값 7만2천원까지 3개월…“구조 바꿔야” 숙제 남았다
7만원 합의→6만5천원 번복→최종 결정까지 굴곡
차익분 환원·가격결정위 운영, 1월 이사회서 재논의
  • 입력 : 2026. 01.02(금) 12:44
  • 선호성 기자

영암군 벼 수매가격을 둘러싼 3개월간의 협상이 마무리됐다. 지난 9월 29일 공개토론회에서 시작된 논의는 ‘7만 원 합의→6만 5천 원 번복→7만 2천 원 최종 결정’이라는 굴곡을 거쳤다. 가격 협상은 일단락됐지만, 농민단체가 제기한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벼 수매가격, 두 단계로 결정

벼 수매가격은 한 번에 정해지지 않는다. 10월 수확기에 먼저 ‘우선지급금’이 결정된다. 농민들이 농사빚을 갚고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선지급하는 금액이다. 이후 12월 말 시장 상황을 반영해 ‘최종 수매가격’이 확정되면 차액을 추가 정산한다.

올해 영암은 10월 우선지급금 6만 5천 원, 12월 최종가 7만 2천 원이 결정됐다. 농민들은 이미 받은 6만 5천 원에 7천 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농민단체가 10월에는 7만 원을, 12월에는 7만 5천 원을 요구한 것도 이 구조에 따른 것이다. 10월에는 우선지급금 7만 원을, 12월에는 최종가 7만 5천 원을 요구했다. 요구액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단계의 가격을 요구한 것이다.



“20년 전 쌀값 그대로”

지난 9월 29일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회의실에서 ‘벼 수매가격 합리적 결정을 위한 주민 토론회’가 열렸다. 양관진 쌀생산자협회 감사는 “2004년 추곡수매제 폐지 당시 쌀 한 가마는 6만 440원이었는데 작년 영암 수매가는 5만 9천 원”이라며 “20년 전보다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복합비료는 5,300원에서 1만 7천~1만 8천 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100마지기(약 2만 평) 경작 농가의 연간 순수익은 710만 원으로 최저임금의 30% 수준이다.

토론회에서는 가격 인상 요구와 함께 ‘벼 가격 결정위원회’ 구성, 농협 운영 투명성 확보 등 구조적 개혁 요구가 제기됐다.


우선지급금 7만원 합의, 6만 5천원 번복

토론회 다음 날인 9월 30일 통합RPC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2시간 30분의 격론 끝에 우선지급금 7만 원이 합의됐다. 농협 이사들이 6만 원~6만 5천 원을 제시하자 농민단체가 “7만 원 아니면 퇴장하겠다”며 맞선 결과였다.

그러나 10월 14일 통합RPC 이사회는 우선지급금을 6만 5천 원으로 결정했다. 영암군의회가 “7만 원을 지켜라”며 농협을 압박했지만 번복을 막지 못했다.

농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10월 30일 영암군농민회는 관내 농협 7개소 앞에 수확한 벼를 쌓아놓고 “우선지급금 7만 원 이상 지급하라”며 투쟁에 돌입했다.


최종가 7만2천원 확정

지난 12월 30일 오전 8시 30분 통합RPC 이사회가 열렸다. 최종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농민단체는 아침 8시부터 이사회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종가 7만 5천 원을 요구했다.

4개 농협 조합장이 참석한 회의는 약 1시간 만에 종료됐다. 결과는 7만 2천 원. 농민 요구보다 3천 원 낮았다. 황성호 삼호농협 조합장은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 이해를 바란다”고 밝혔다.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광주·전남 대부분이 7만 2천 원 선에서 결정됐다”며 “영암만 유독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가격보다 구조가 중요”

농민단체는 이번 협상에서 가격 못지않게 두 가지 구조적 과제를 강조했다.

첫째는 ‘차익분 환원’이다. 작년 5만 9천 원에 수매된 벼가 이후 8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농협이 조기 판매해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았다.

권 사무국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정부가 나락을 쉽게 풀기 어려워졌고 올해 생산량도 작년보다 줄어 내년에도 쌀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농협과 창고를 갖춘 대농들은 나락을 팔지 않고 적재해두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 올라도 혜택이 한정된다는 점이다. 권 사무국장은 “창고가 없어 농협에 바로 팔아야 하는 소농들은 내년에 10만 원이 되어도 한 푼도 못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둘째는 ‘벼 가격 결정위원회’의 실질적 운영이다. 농민 대표, 농협 대표, 행정·의회가 참여해 가격을 협상하는 이 위원회는 9월 토론회에서 제안됐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1월 이사회가 분수령

농민단체는 7만 2천 원 결정 직후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농협 측은 차익분 환원과 가격결정위원회 운영 문제를 1월 대통합RPC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2월에는 농민단체와 조합장들이 합의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권 사무국장은 “7만 2천 원이냐 7만 5천 원이냐보다 구조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7년 3월 조합장 선거가 있다. 차익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나락값을 얼마나 잘 받아왔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토론회에서 한 농민은 “농협이 장부를 공개하지 않으니 불신만 커진다. 투명하게 공개하면 손실도 같이 감수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3개월간의 협상은 끝났다. 농민들이 제기한 구조적 질문에 대한 답은 1월 이사회에서 나올 전망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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