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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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입력 : 2026. 02.06(금) 15:15
  • 영암열린신문

농협의 정관은 조합원 모두의 규범이다. 법이 정관변경에 대의원 출석 과반, 출석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암낭주농협에서 벌어진 비상임조합장 전환 정관변경 논란은 그 신중함과 공정함이 충분히 지켜졌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3연임을 마쳐 차기 출마가 제한된 현직 조합장이 비상임 전환을 추진했고, 이사회 부결 후 동일 안건 재상정, 이사·감사의 공식 반대의견, 대의원대회에서의 투표 방식 논란이 잇따랐다. 안건은 결국 2표 차로 부결됐지만, 조합에 남은 아쉬움과 불신은 적지 않다.

비상임 자율도입 자체는 현행법이 허용하는 제도다. 다만 무엇을 추진하느냐 못지않게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도 중요하다. 부결된 안건의 재상정 경위, 이해당사자의 의장 주재 적절성, 회의 도중 투표 방식이 변경된 사정 등은 찬반을 떠나 짚어볼 필요가 있는 절차적 쟁점들이다.

이러한 논란이 이 농협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전국적으로 상임 3선 조합장의 비상임 전환 사례가 69건에 달하고,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중인 것도 유사한 갈등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조합원의 출자와 이용으로 운영되는 준공공 조직이다. 그 기본 규범인 정관의 변경은 조합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이사·감사가 공식 의견서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의원들이 비밀투표와 의장 제척을 요구한 것은 조합 내 자정의 목소리가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농협을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

농협개혁은 거창한 제도 변화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현장의 한 표, 한 번의 표결, 하나의 절차를 소중히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영암의 한 농협에서 벌어진 이 일이 던진 물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