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60대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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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60대가 말하는 것
  • 입력 : 2026. 02.13(금) 13:57
  • 영암열린신문

지난 10일, 영암군청 앞 광장에 트랙터 60여 대와 트럭 150여 대가 도열했다. 각 읍면에서 농민 200여 명이 모여 ‘농업정책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3년 7개월간 쌓인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이다.

트랙터를 몰고 군청까지 오는 일은 농민에게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지난 1월 23일, 3년 7개월 만에 성사된 군수 면담에서 5대 요구사항이 전부 거절됐다. 이번 대회는 감정 폭발이 아니라 대화의 통로가 막힌 끝에 선택된 행동이다.

농민들이 제기한 쟁점은 구체적이다. 농정혁신위원회 해산, 농업예산 비중 하락, 농민수당 공약 불이행, 농정대전환의 성과 부재, 간척지 태양광 이격거리 축소, 송전선로 건설 과정의 주민 배제. 조례를 대조하면 협치농정위원회에서 민간 호선 규정이 사라졌고, 예산 데이터를 보면 영암군이 내세우는 구간 평균은 2023년 한 해가 끌어올린 수치다. 농정대전환은 청년농업인 1천 명, 억대 농부 500명을 내걸었으나 중간 성과가 제시된 적이 없다.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문제는 이 목소리에 대한 영암군의 대응 방식이다. 군은 대회 다음 날 입장문을 내면서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왜 해산했느냐”에 “376명으로 재편했다”를, “왜 줄었느냐”에 “평균은 높다”를, “성과가 어디 있느냐”에 “10년 장기 전략”을 답했다. 질문에 대응하는 답이라기보다,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틀어서 답하는 논점 일탈의 방식이 반복됐다. 이것이 농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됐는지 의문이다.

영암군은 소통의 실적도 나열했다. 읍면 대화 1,800명, 목요대화 55회, 마을 순회 192개 마을. 인상적인 숫자다. 그러나 품목별협의회 구성에서 자의적 배제가 반복됐고, 이격거리 조례 개정에 농민단체가 반대했으나 반영되지 않았으며, 송전선로 계획은 2년간 주민에게 알려지지도 않았다. 절차를 밟은 것과 실질적 소통이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세수결손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는 전남 공통의 구조적 문제이고, 농민수당의 도비 구조가 군 단독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영암군의 해명에 일리가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일리가 있다는 것과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영암은 농업군이다. 농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닿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영암 전체의 문제다. 트랙터 60대는 위협이 아니라 대화의 요청이었다. 영암군은 형식이 아닌 실질의 소통으로 돌아와야 한다. 농민이 묻는 질문에, 그 질문의 맞는 답을 내놓은 것.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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