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는 선택은 통합의 출발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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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없는 선택은 통합의 출발을 흔든다
  • 입력 : 2026. 03.13(금) 13:25
  • 영암열린신문

40년 만의 광주·전남 행정통합 이후 처음 치르는 통합시장 선거다. 광주 유권자는 전남 후보를, 전남 유권자는 광주 후보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이런 조건에서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는 경선 방식의 핵심 과제였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제안한 것은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배심원단이 후보의 토론과 정견 발표를 직접 지켜본 뒤 투표로 평가하는 방식은, 단순 인지도 경쟁을 넘어 통합 비전을 검증하자는 취지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표권 없는 정책배심원제로 축소하고, 본경선을 권리당원 50%·여론조사 50%로 확정했다.

시민배심원제에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광주시장 경선에서 배심원단 평가와 당원 민심이 엇갈리며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전례가 있고, 소수 배심원단이 수백만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도 남는다. 지도부가 제도의 안정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배심원제를 빼고 난 뒤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합산은 전국 어디서나 쓰는 기존 방식이다. 광주와 전남이 처음으로 하나의 선거구가 된 이번 경선의 특수성을 반영한 장치가 무엇인지 당 지도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인지도와 조직력이 경선을 지배하면, 정책과 통합 역량보다 지역별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 정치 지형에서, 경선 과정은 곧 320만 시도민이 초대 통합시장을 선택하는 실질적 무대다. 그 과정이 후보 검증 없이 진행된다면, 통합시 출범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남은 합동연설회와 토론회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 검증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