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진흥단지, 현장은 준비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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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진흥단지, 현장은 준비됐는가
  • 입력 : 2026. 03.20(금) 14:46
  • 영암열린신문

대불산단이 개정 어선법에 따른 전국 첫 ‘어선건조·개조업 진흥단지’로 지정됐다. 국비 400억 원이 투입돼 어선건조지원센터가 건립되고, 올해 설계에 들어간다. 영암 지역경제에 의미 있는 소식임은 분명하다.

이 사업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공모 선정 이상의 맥락이 읽힌다. 원래 이 사업은 2022년 고흥군에서 시작됐다. 국비 400억 원을 확보하고 부지 매입까지 95% 이상 진행했지만, 사업 방식이 국가 직접 수행에서 지자체 보조사업으로 바뀌면서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됐다. 결국 고흥군은 2025년 3월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정부는 어선법을 개정해 건조·개조업 등록제와 진흥단지 제도를 법률에 명시했고, 이 새로운 틀 위에서 영암이 첫 번째 주자가 된 것이다.

제도적 기반이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 진전이다. 법적 근거 없이 예산사업으로만 추진되다 무산된 고흥과 달리, 영암은 법률에 명시된 제도 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고흥의 실패 원인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군 담당부서는 센터의 기능도, 입주 주체도, 예산 배분도 아직 해수부에서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직접적 수혜자인 대불산단 건조사들의 목소리를 아직 듣지 못한 상태에서 협약식부터 열었다. 순서가 뒤집혀 있다.

센터가 현장의 실제 수요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영세한 건조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첨단 장비인지, 공동 검사 시설인지, 인력 양성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해수부가 설계를 내려보내기 전에, 영암군이 서둘러 현장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다.

법이 만들어 준 기회는 분명 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곳에서만 성과가 된다. 대불산단에 센터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어선 산업이 실제로 달라지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400억 원의 무게를 군은 기억해야 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