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공약 검증 시리즈를 마치며

HOME > 사설
민선8기 공약 검증 시리즈를 마치며
  • 입력 : 2026. 05.15(금) 13:30
  • 영암열린신문

4년 전 영암군수 선거에서 당선자는 1만 3,689표를 받았다. 당선자가 내건 120개 공약은 그 표를 건넨 유권자들과의 약속이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표현을 빌리면, 공약은 4년짜리 “고용계약서”다.

본지는 4회에 걸쳐 그 약속이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살폈다. 군이 발표한 추진율 91%, 폐기 0건이라는 수치 너머에는 48건의 변경이 있었다. 변경 공약들은 대체·축소·지연 등의 방식으로 원안에서 멀어졌고, 적지 않은 공약은 변경 후 기준으로 ‘완료’ 또는 ‘완료계속’ 처리됐다. 이번 시리즈가 묻고자 한 것은 개별 사업의 성패만이 아니었다. 공약이라는 약속이 어떤 기준으로 바뀌고, 어떤 절차로 승인되며, 어떤 방식으로 성과가 되는가였다.

1만 3,689표의 선택 위에 세워진 120개 약속의 변경 여부는 주민배심원 회의에서 가려졌다. 회의별 참여 인원은 20여 명 정도였고, 그 인원의 과반 찬성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됐다. 그 결과 4년간 변경 안건 68건 중 66건이 승인됐다. 회의 운영은 매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1,300만 원대 용역으로 맡겨졌다. 영암군에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을 부여한 평가기관도 그 단체였다.

매니페스토 운동 취지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공약을 기록하고, 공개하고, 주민 참여 절차를 통해 점검하려는 시도는 지방자치에 필요한 장치다. 공약이 행정 여건과 재정 상황, 중앙부처 사업 방향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한 단체가 한 지자체의 공약 변경 회의를 운영하고, 그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며, 동시에 같은 지자체의 공약이행을 평가하는 구조라면 질문은 남는다. 그 구조가 약속의 변경을 더 엄격하게 검증하는 장치였는지, 아니면 변경된 약속을 다시 ‘이행’으로 인정하는 통로로 작동했는지는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변경된 공약은 변경 후 기준으로 ‘완료’가 되고, 그 완료 실적은 추진율에 반영되며, 그 합산은 ‘4년 연속 최우수’ 평가 결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원래 약속과 변경된 약속 사이의 거리, 변경의 이유, 완료 판단의 기준이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설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약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변경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변경이 어떤 절차로 정당화되고, 어떤 기준으로 완료 처리되며, 어떤 평가와 홍보로 돌아오는가다.

6월 3일, 유권자는 다시 표를 건넨다. 그 표가 어떤 약속으로 돌아올지, 그 약속이 4년 뒤 어떤 절차로 다뤄질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이름의 성과로 다시 제시될지를 함께 묻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제안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