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암 삼호고운라피네 아파트 전경 |
광주 지역 중견 건설사 고운주택이 부도 처리된 가운데, 영암 삼호고운라피네 아파트 전체 294세대 중 183세대가 임대보증금 보증 미갱신 상태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암군에 따르면 삼호고운라피네 294세대 가운데 111세대는 현재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돼 있으나, 나머지 183세대는 보증 갱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고운주택은 일부 세대의 보증 갱신을 추진했으나 자금난으로 전체 세대 갱신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들은 전세보증금 피해를 우려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신속한 심사와 실질적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영암군은 HUG 광주전남지사 방문,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 소통, 군 고문변호사 법률 자문 등 대응 절차를 진행 중이다.
294세대 중 183세대 미갱신…‘300세대 피해’보다 복잡한 구조
㈜고운주택은 ‘고운라피네’ 브랜드를 내걸고 아파트 시행사업 등을 해온 업체로, 지난 13일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건설사 부도에 그치지 않는다. 민간임대주택 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보증이 일부 세대에서 갱신되지 않으면서, 임차인들의 보증금 보호 여부가 HUG 심사 결과에 달리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주민 호소문 등에서는 ‘300여 세대 피해 우려’라는 표현이 사용됐으나, 영암군이 본지에 확인한 내용은 보다 구체적이다. 단지 전체 294세대 중 111세대는 보증 가입 상태이고, 183세대가 미갱신 상태다. 단지 전체가 동일한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라, 가입 세대와 미가입 세대가 함께 존재하는 구조다.
보증기간도 주요 쟁점이다. HUG가 발급한 임대보증금 보증의 종전 보증기간은 2025년 3월 19일부터 2026년 3월 18일까지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즉 지난 3월 18일을 기점으로 기존 보증기간이 만료됐고, 이후 일부 세대는 갱신됐으나 나머지 세대는 갱신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고운주택 부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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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도 보증수수료 부담…납부 책임은 임대사업자에
문제는 보증수수료 구조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임대보증금 보증수수료의 75%를 임대사업자가, 25%를 임차인이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보증수수료 납부 주체는 임대사업자다. 임차인 부담분은 임대료에 포함해 징수하고, 납부고지서에 그 내용을 명시하도록 돼 있다.
이 구조에서 정상적으로 임대료를 납부해 온 임차인들은 법령상 자기 부담분을 이행해 온 위치에 있다. 그러나 보증수수료를 실제로 HUG에 납부하고 보증을 유지해야 할 책임은 임대사업자에게 있다. 임대사업자가 자기 부담분을 포함한 전체 보증수수료를 마련하지 못하면, 임차인이 임대료를 정상 납부했더라도 보증 갱신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영암군이 HUG 측에서 들은 설명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고운주택이 보증 갱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자금 사정으로 111세대만 갱신했고, 183세대는 추가 갱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고운주택 대표는 부도 이후 단지 비상대책위원회 측과 만나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금난이 임대사업자의 책임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은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여부를 임차인이 잘 볼 수 있는 장소에 공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가입한 보증을 해지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일부 세대만 갱신되고 일부 세대는 미갱신된 상황이라면, 임차인들이 자신의 보증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일괄 접수’와 ‘전원 구제’는 다르다
주민들은 HUG의 심사 방식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민들이 군수와의 대화 게시판에 올린 호소문에는 HUG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서류 일괄 접수 및 일괄 검토’를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들은 이를 바탕으로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등 관련 서류를 취합해 HUG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암군이 HUG와 협의한 내용에 따르면, 실제 보증 연장 여부는 세대별 계약 조건에 따라 개별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각 임대차계약의 조건과 권리관계, 보증기간, 신규 계약 여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괄 접수’와 ‘전원 일괄 구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특히 3월 19일 이후 새로 체결된 임대차계약이 있는지도 핵심 변수다. HUG 통지서에는 종전 보증기간 이후 새로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보증기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 이 경우 임차인이 보증료를 대납하더라도 기존 보증을 연장하는 방식의 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
영암군은 현재 단지 내에 3월 19일 이후 신규 임대차계약 세대가 실제로 있는지는 확정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군은 HUG 심사 진행 상황도 자동으로 공유받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완 서류가 필요한 경우 HUG가 임차인에게 직접 연락하고, 처리가 완료되면 렌트홈 시스템 등에 반영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영암군, HUG 협조 요청·법률 자문 진행
영암군 도시디자인과 주택관리팀은 HUG의 공문 통보를 통해 지난 13일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후 관리사무소와 임차인 대표, 비상대책위원회 측과 연락을 이어갔고, HUG 광주전남지사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다.
영암군은 전남도 전세피해지원센터와도 연계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전남도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지난 22일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고, 군은 26일 군 고문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 서면 자문도 별도로 받을 예정이다.
주민들은 보증금 피해뿐 아니라 관리 공백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주민 호소문에는 건설사 부도로 단전, 단수,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 등 기본적인 주거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영암군 차원의 긴급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포함됐다.
현재 단지 관리는 당장 중단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관리사무소 측은 본지 통화에서 단지 관리가 현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보증보험 가입 절차도 진행 중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사안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언급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남은 쟁점은 HUG 심사와 신규 계약 세대 여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특별법 적용 가능성도 검토 대상이다. 다만 피해자 인정 여부는 임대인의 채무 이행 의도, 보증금 반환 피해 발생 또는 예상 여부, 경매·공매 등 절차 진행 상황, 개별 임차인의 대항력과 확정일자 등 요건 판단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적용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전남도 전세피해지원센터와 국토교통부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이번 사안은 민간임대주택 보증 관리 체계의 허점도 드러냈다. 임대사업자는 보증 가입 후 보증서 사본을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지자체는 이를 보증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보증서 사본 보관이 곧바로 만료 전 갱신 여부를 자동 점검하는 체계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남은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HUG가 183세대의 보증 연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둘째, 3월 19일 이후 신규 계약 세대가 있는지, 있다면 이들에 대한 별도 보호 방안은 무엇인가. 셋째, 임대사업자의 보증 미갱신 사실을 임차인과 지자체가 더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다.
영암군 관계자는 “HUG에 협조를 요청했고, 주민들과도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법률 자문 등을 통해 가능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HUG의 세대별 심사 결과와 전세피해지원센터의 상담·지원 절차가 향후 주민 피해 규모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8(월)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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