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올해 초 영암에서 벌어진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배정 탈락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핵심은 개별 농가의 피해에만 있지 않았다. 후계농으로 선정됐지만 실제 자금 배정은 다시 불확실해지는 제도 구조가 문제였다. 자금을 믿고 축사나 농지를 준비한 농가가 배정 탈락으로 손실을 걱정해야 했다면, 이는 단순한 현장 혼선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그 문제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감사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청년 후계농 선발 인원을 확대하면서도 예상 소요자금 검토와 자금 한도 조정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 방식에 대한 신뢰가 있는 상황에서 유예기간 없이 별도 자금 배정 심사를 도입해 청년농들이 적기에 자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봤다.
이는 영암의 문제가 지역 행정이나 개별 농가 판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청년농을 늘리겠다고 했다면, 선발 규모에 맞는 자금 총량과 집행 체계를 함께 마련했어야 한다. 물론 한정된 재원을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심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를 믿고 영농 계획을 세운 농가에게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과 자금 부족의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후계농 정책은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몇 명을 선발했는지가 성과의 전부일 수는 없다. 선정 이후 자금이 제때 공급되고, 농가가 계획대로 영농을 시작할 수 있어야 정책의 목적이 실현된다.
감사원의 지적은 뒤늦었지만 분명한 경고다. 농식품부는 선발 규모와 예상 자금 수요를 연계해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사업 방식을 바꿀 때는 충분한 유예기간과 기존 선정자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영암에서 먼저 드러난 문제는 이제 제도적 과제로 확인됐다. 정부는 청년농이 믿고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자금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8(월) 1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