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혁신, ‘100%’보다 준비가 먼저다

HOME > 사설
평가 혁신, ‘100%’보다 준비가 먼저다
  • 입력 : 2026. 07.10(금) 10:50
  • 영암열린신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서·논술형 100% 평가’ 추진을 둘러싸고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청은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평가 혁신이라고 설명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학생들이 정답을 고르는 능력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객관식 평가의 전면 배제는 다르다. 학교 현장에서도 서술형 평가는 이미 일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100%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은 평가체계 전반을 바꾸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시간 없이 추진해서는 안 된다.

교원단체와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서·논술형 평가는 문항 개발, 채점 기준 마련, 공동채점, 피드백, 이의신청 대응까지 객관식 평가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책임을 요구한다. 출제의 타당성과 채점의 공정성을 둘러싼 민원도 커질 수 있다. 교육청이 좋은 취지를 내세워도, 감당해야 할 부담은 결국 학교 현장으로 돌아간다.

농촌지역 학교의 여건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영암처럼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평가 업무가 특정 교사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도시권보다 논술형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새 평가 방식이 또 다른 격차로 작용할 수 있다. 문해력 향상을 위한 정책이 학습격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교육청은 AI 평가지원 시스템과 교육과정개발평가원 설립을 보완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AI는 보조 도구일 뿐이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교사에게 남는다. 지원체계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할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평가가 바뀌어야 수업이 바뀐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평가만 바꾼다고 교육이 바뀌지는 않는다. 교육청은 ‘100%’라는 구호보다 시범 운영 범위, 채점 기준, 이의신청 절차, 교원 업무 경감 대책, 농촌 소규모 학교 지원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