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일 금정면 금정농협 앞에서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거부 집회를 열고 있다. 폭염 피해에 대한 현행 보험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약 90여 명의 농민들이 참여했다. |
“폭염으로 감이 떨어져도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영하의 강추위가 몰아친 지난 3일 아침, 영암군 금정면 금정농협 앞에 90여 명의 농민들이 모였다. 이날 떫은감(대봉감) 재해보험 상품 판매가 시작되면서다. 금정대봉감작목회와 영암군농민회 금정면지회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위원장 신정옥)는 “농가 의견을 무시하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거부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기후변화가 덮친 대봉감 주산지
금정면은 전체 농지의 74%(60ha)에서 대봉감을 재배하는 주산지다. 연간 1만 2000톤을 생산해 전국 4위를 자랑하는 이곳을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이 강타했다. 8~9월 35℃ 이상의 폭염이 42일간 지속됐고, 강수량은 121mm로 최근 3년 평균(290mm)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결국 영암군 대봉감 재배면적 809.5ha 중 250ha 이상(31%)이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심각한 피해 속에서 농가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농작물재해보험이 유일하다. 하지만 현행 보험제도는 이들의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 착과수의 6% 이상 일소피해가 발생해야만 보상한다는 규정이다.
외면받는 떫은감의 특성
“실제로 일소피해 과실이 20~30% 이상 나와도 다 떨어져서 나무에 매달린 건 2~3%밖에 안 됩니다.” 박춘홍 대책위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매년 여름마다 일소피해를 봤지만 이렇다 할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과·배·단감은 일소피해를 입어도 과실이 나무에 그대로 달려 있어 피해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떫은감은 4~6일 내 모두 떨어지고 부패해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보험 조사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해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떫은감이 유독 일소피해에 취약한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떫은감 특유의 ‘탄닌’ 성분이 일소피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영암군은 이와 관련해 농업과학원에 연구를 제안했지만, 보험 약관에는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 ▲ 폭염으로 낙과된 대봉감들. 일소피해를 입은 떫은감은 4~6일 내 모두 떨어져 흔적도 없어져 보험 피해 입증이 어렵다. [사진=영암농민TV유튜브] |
20년 묵은 보험제도의 한계
더욱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정옥 대책위원장은 “6% 조항도 처음엔 없었는데, 어느 순간 일방적으로 정해졌다”며 “전엔 없던 것을 보험 당국이 유리한 쪽으로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요새 실손보험금은 휴대전화로도 바로 받을 수 있는 세상인데, 농작물재해보험만큼은 정말 까다롭다”며 “수십 년을 싸워도 글자 하나 바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9월 서삼석 국회의원과 농식품부, 산림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농민들은 ‘임산물 생산단지 규모화 사업’ 보조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고, 재해보험의 ‘6% 규정’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농금원 관계자는 “현장의견 청취와 연구용역을 통해 올해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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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가입 거부는 농민들의 절박함
결국 대책위는 약관 개선 답변을 받을 때까지 보험가입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정면 1,300여 농가의 보험가입 업무도 중단될 전망이다.
박종윤 영암군농민회장은 “이상기후가 일상화되고 있는데도 재해보험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농금원과 NH농협손보가 농가들의 목소리에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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