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9일 전남 영암군 금정농협에서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와 만나 일소(日燒)로 인한 낙과 피해 미인정 사태에 대한 검토 의견을 설명하고 농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
“누구 책임도 아니고, 보상 방법도 없고, 앞으로도 바뀔 것 없고…이게 3개월 조사한 결과입니까?”
지난 9일 금정농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이 발표한 ‘떫은감 일소 피해 낙과 보상’ 조사 결과에 영암 대봉감 농가들의 실망과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2월 21일 보도한 ‘손해보험 간부도 몰랐던 낙과 보상’ 이후 약 석 달간의 조사 끝에 농금원이 내놓은 결론은 사실상 ‘결론 없는 결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농금원의 간담회 결과 “책임자 특정 어렵다”
농금원은 지난 9일 금정농협에서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간담회를 열고 NH농협손해보험(NH농협손보)의 관련 손해평가 자료, 보험계약자와 손해평가 조사 당사자들 면담, 법률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농금원이 내놓은 조사 결과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NH농협손보가 ‘일소로 인한 낙과 손해를 보상할 수 없다’고 지시한 바 없고, 둘째, 떫은감 특성상 낙과 손해평가가 매우 어려우며, 셋째, 낙과 원인은 일소만이 아닌 영양생장이나 기상조건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농금원은 “보상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지시한 사람이나 낙과 피해를 인정하지 말라고 한 사람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짓고, 그 이유로 “떫은감은 낙과된 뒤 빠르게 부패해 조사자들이 낙과 원인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소로 인한 낙과로 인정할 수 없는 사유를 설명하는 과정에 오해가 누적돼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마나한 개선안” 현실성 논란
농금원은 개선안으로 ▲올해부터 낙과 피해 접수 뒤 2~3일 내 손해평가 ▲손해평가로 1차 조사했어도 그 뒤 폭염특보(과수원이 있는 지역의 기상청 폭염특보로 낮 최고기온 33℃ 이상이 연속 2일 이상 관측)가 유지되면 추가 조사해 이를 피해율에 합산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낙과로 인한 감소 과실수 기준(6%)이 적정한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개선된 내용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안에 대해 농민들은 “현실성 없는 약속”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가장 큰 논란은 ‘2~3일 내 손해평가’ 약속의 실현 가능성이다.
정철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3일 이내 손해평가 한다고 했는데 지켜질지도 의심스럽다. 우리가 지금까지 일소 피해 신고해서 7일 이내 조사 들어온 적 있나? 신고 접수 건 모으는 데만 7~10일, 조사팀 구성해서 내려오는 데 또 7~10일로 실제 조사까지 보통 20일 걸린다”며 신속한 손해평가는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특히 정 집행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한 농금원 책임이다. 또 농금원에서 이렇게까지 조사해서 내려왔는데 NH농협손보는 오지도 않았다는 게 가장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 ▲ 지난해 극심한 무더위로 땅에 떨어진 대봉감 [사진=영암농민tv유튜브] |
농민들의 반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간담회 결과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은 격렬했다. 박춘홍 대책위 부위원장은 “결론을 들어보니 그쪽에선 잘못한 게 없고, 조사가 어려워서 이렇게 됐는데 농가들이 일소 피해 아닌 낙과도 인정해 달라고 떼쓰는 것으로만 보는 것 같다”며 분노했다.
그는 “지금까지 손해사정인들에게 들은 말은 낙과는 무조건 인정 안 해준다는 거였고, 작년에도 ‘법적으로 안된다’는 말이 계속 나왔었다. 이 때문에 결국 농가들이 피해를 봤으니 책임져야 할 게 아닌가. 지금까지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떫은감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대봉감은 일소 피해가 발생하면 2~3일 안에 낙과하고, 떨어진 뒤에는 3일 안에 부패하는 특성이 있다. 현행 보험 조사 체계에서는 피해 흔적을 확인하기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대책위가 제시한 대안
대책위는 간담회에서 보상 및 개선안으로 ▲농협의 무이자 자금 지원 ▲올해 낙과 피해율 6%를 기본으로 인정 ▲향후 보험상품 설계 과정에 현장 의견 반드시 수렴 등을 요구했다.
본지가 2월 21일 보도한 바와 같이, 농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2017년부터 일소로 인한 낙과 손해 보장 약관이 이미 존재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약관과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당시 NH농협손해보험 전남총국장조차 이 약관의 존재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책임 소재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현장 농민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떫은감의 특성을 간과한 일소 피해 낙과 조사 방식의 한계로 문제가 불거졌고, 보험 당국은 그간 이를 개선하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방관했으며, 보험조사자들은 조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현장의 오해와 혼란을 초래했다는 총체적 문제임이 드러났다.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농가 몫으로만 남게 됐다.
대책위는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곧 소집할 예정이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민들은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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