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산림행정…책임은 회피하고, 권한은 몰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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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산림행정…책임은 회피하고, 권한은 몰아주고
군의회 “다른 행정 분야는 이런 식으로 안 하는데 왜 산림만?”
“산주 동의·현장 민원·중대재해 부담” 핵심 관리 책임 떠넘겨
0.161%까지 재량껏 ‘수수료 예외 규정’도 산림조합 특혜 논란
  • 입력 : 2025. 02.28(금) 15:08
  • 선호성 기자
▲ 영암군산림조합

영암군이 지난해 12월 제정한 ‘산림사업의 관리업무대행 수수료에 관한 조례’를 둘러싸고 특정 기관 편중 및 행정 책임 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 쟁점은 그동안 영암군이 직접 추진하던 산림사업의 핵심 업무를 산림조합에 대행시키는 내용과 함께, 다른 많은 지자체에는 없는 수수료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이로 인해 군의회에서는 “산림조합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례의 주요 내용과 군의회의 지적


‘영암군 산림사업의 관리업무대행 수수료에 관한 조례’는 산림청의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의4와 시행령이 2024년 6월 28일 시행됨에 따라 제정됐다. 이 조례의 핵심은 영암군 공유림·사유림의 산림사업 관리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실질적으로 산림조합)에 대행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영암군의회 경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강찬원 위원장은 이 조례의 필요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농어촌공사나 산림조합은 일정한 사업에 대해 수의계약으로 줄 수 있는 조항이 이미 있는데 굳이 이 조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강 위원장은 질의했다.

이어 “우리 산림과에서는 일을 안 하고 산림조합에 다 줘버리고, 그다음 산림조합에서는 정부 것 따다가 이익도 내고, 그다음에 군하고 정산할 때는 수수료도 받아 간다, 이 말이죠?”라며 정면으로 이를 지적했다.


역할 전환과 수수료 예외 규정 문제


조례 시행 후 가장 큰 변화는 산림조합의 역할 전환이다. 기존에는 영암군이 산림사업의 대상지 선정, 산주 동의 획득, 계약 관리, 사업 감독을 담당했고, 산림조합은 시공사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례 시행 후에는 산림조합이 이러한 핵심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다만, 직접 사업 시 공사로서 참여는 제한된다.

관리업무대행 수수료는 50억 이하 사업비에 1천분의 96(0.096%)을 곱한 금액의 범위 이내이며, 사업비가 많아질수록 수수료율은 낮아진다. 그러나 영암군 조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별표에 있는 예외 규정이다. 비고2에는 “현지여건 등 관련 사항을 고려하여 50억 이하 사업의 경우 사업비의 0.161%까지” 수수료율을 대폭 상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본지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국적으로 총 51개 지자체가 해당 조례를 제정했으며, 영암군이 주장한 “70여 개 지자체”보다는 적은 수치였다. 전남에서는 영암군을 포함해 단 3개 지자체(순천시, 구례군)만이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주목할 점은 순천시는 이런 예외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강원도 양양군(2024년 9월 25일 제정), 충청북도 괴산군(2024년 12월 24일 제정), 경상남도 밀양시, 충청북도 제천시 등도 영암군과 비슷한 시기에 조례를 제정했으나 이러한 예외 규정이 없었다.

▲ 논란이 된 영암군 산림사업 수수료 조례 ‘비고2’(붉은색 테두리). 일반 수수료율 0.096%에서 0.161%까지 상향 가능한 예외 규정으로, 많은 타 지자체 조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행정 책임 회피와 산림조합 편중 의혹


영암군 산림휴양과 산림소득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숲가꾸기만 하고 있고, 이 예외 규정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조림 사업의 경우 단비가 너무 높아 손해를 볼 수 있어 이를 보전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 있다. 조례에 따르면 산림조합은 관리업무대행자로서 수수료만 받고, 실제 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비’로 인한 손실은 산림조합과는 무관한 문제다.

지난 조례 심의 과정에서 최진석 산림휴양과장은 “현장 민원 해결,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부담 완화”를 언급했었다. 관련해 군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면 군에서 직접 중대재해 처벌을 받는 것보다 민간 위탁을 하면 그쪽에서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행정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려는 의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이러한 방식의 업무 이양은 산림행정 전문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공무원들이 현장 경험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산림 관련 전문성과 협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조례는 사실상 산림조합에게 산림사업 관리업무를 독점적으로 맡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영암군산림조합이 지난 2월 19일 개최한 제63기 정기총회에서 김기동 조합장은 “2025년 중점추진사업으로 산림사업(숲가꾸기) 관리업무대행 사업”을 명시했다. 이는 산림조합이 관리업무대행자로서의 역할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영암군은 2024년 한 해 동안 총 20건, 34억여 원의 산림 관련 사업을 영암군산림조합에 발주했다. 조례 시행으로 산림조합은 더 이상 이러한 시공 사업에는 직접 참여할 수 없지만, 대신 사업의 기획부터 발주까지 관리하는 권한을 독점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타 행정 분야와 비교해 본 구조적 문제점


영암군 조례의 기본 구조를 다른 행정 분야에 적용해보면 문제점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군에서 시행하는 도로·상하수도 사업의 계획부터 발주까지를 농어촌공사에 맡기거나, 복지사업 관리를 사회복지협의회에 맡기는 식의 운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행정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사업 시행을 위해 민간 참여는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여러 행정 분야 중 유독 산림 분야에서만 이런 특수한 구조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영암군 | 영암군산림조합 | 책임회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