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암군이 4월 15일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구제역 방역상황 안내문. 바이러스가 6개월 이상 생존한다는 정보(빨간 줄)는 3월 왕인문화축제를 5월로 연기했던 영암군의 결정과 모순되는 부분이다. |
“구제역 바이러스는 야외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할 만큼 강력합니다”
영암군이 4월 15일 공식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구제역 방역상황 안내문에 담긴 이 문구는 그간 구제역 방역 과정에서 보여온 영암군과 전남도의 모순된 대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이러스가 6개월이나 생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3월 말 왕인문화축제를 취소하지 않고 5월로 연기한 결정은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방역 당국이 구제역 상황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본지 4월 11일 보도 이후 영암군과 전남도의 구제역 방역 상황과 대응책을 추가 취재한 결과, 정보 공개의 일관성 부족과 기관 간 소통 문제, 방역 대책의 차별적 적용 등 여러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남도와 영암군 간의 책임 떠넘기기 양상과 함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순된 태도가 드러났다.
무안확산으로 전남 구제역 ‘심각’
최근 구제역은 무안군으로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전남지역 방역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전남도에 따르면 4월 11일과 14일 무안군에서 돼지농장 5곳이 추가로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농장은 무안 방역대 해제검사 과정에서 축사 바닥 환경 시료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이후 정밀검사에서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4월 17일 현재 전남 내 구제역 발생은 영암 13건, 무안 6건으로 총 19건으로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4월 13일 오후 3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 우제류 농장, 관련 종사자와 차량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영암군도 환경 바이러스 검출…방역 종료 일정 또 연기
영암군에서도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월 15일 영암군은 공식 SNS의 방역상황 안내문을 통해 “우리 군도 환경검사 결과 축사 바닥 등에서 일부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알렸다.
본지 취재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은 군서면 마산리 축사로, 지난 3월 18일 10차 발생 농가로 확인됐다. 3km이내 방역대 해제검사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김문옥 영암군 농축산유통과 동물방역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성이냐 음성이냐 그것만 판단한다”며 “농장 소독을 실시하고 농장주에게 상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바이러스 검출로 인해 군서면 방역대의 이동제한 조치는 3주 연장될 예정이다. 군서면의 경우 당초 4월 중순에 해제될 것으로 예상됐던 방역 조치가 5월 초까지 연장되면서 축산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소와 돼지, 서로 다른 기준의 방역 대책
무안 돼지농장과 영암 소 농장에 대한 방역 대책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같은 환경 바이러스 검출 상황에서도 무안 돼지농장의 경우 모든 돼지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했지만, 영암 소 농장은 추가 검사 없이 소독 조치만 이뤄졌다.
전남도 농축산식품국 동물방역과 관계자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돼지가 바이러스 배출량이 소보다 천 배에서 3천 배가량 많아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어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며 “소는 발생 후 일제접종과 방역대 내 추가접종으로 현재 항체율이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암군의 방역 상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설명에는 심각한 모순점이 드러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영암군은 백신접종 소홀로 인해 구제역이 확산된 대표적 사례다. 최초 발생농장의 항체 양성률이 12.5%에 불과했고, 다른 확진 농가들도 43.8%~75% 수준으로 기준치(80%)에 미달했다.
영암군의 낮은 백신 항체율을 고려하면, 단순히 추가접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항체율이 높다’고 단정하는 것은 객관적 검증 없는 성급한 결론이다. 특히 무안 돼지농장에서 임상증상 없이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선례가 있어, 소에서도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소와 돼지에 대한 서로 다른 검사 기준은 단순한 방역 전략의 차이를 넘어, 방역 당국이 영암 소 농가의 추가 감염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거나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정보 공개의 일관성 부재
방역 당국 간 소통과 협력 체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전남도 관계자는 영암군이 4월 8일 의심축 발생에 대해 재난문자를 발송한 것과 관련해 “저희도 당황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3월 30일과 4월 8일 모두 “추가 발생이 아닌” 기존 발생농장 내 남아있는 개체 중 새로 증상이 나타난 사례로 동일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관련해 도 관계자는 “영암에서 재난 문자 문구나 이런 부분들이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남도의 이러한 반응은 오히려 의문을 제기한다. 추가 발생이 아닌 추가 감염이라 하더라도, 일정 기간 구제역 상황이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의심축이 발견된 것은 방역 상황의 주요 변화로 주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 정보다. 그럼에도 전남도가 영암군의 해당 정보 공개에 ‘당황했다’는 반응은 오히려 상황을 축소하거나 통제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암군의 정보 공개 행태도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영암군은 같은 성격의 사례임에도 왜 3월 30일에는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4월 8일에는 알렸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김문옥 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말이어서 담당자들이 각자 업무를 분담하고 있어 그때는 알리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재난 상황에서 이러한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구제역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해남군이 매일 구제역 차단 방역을 안내하는 재난문자를 발송하며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남 최초 구제역 발생지역인 영암군이 상황에 따라 선별적 정보 공개에 그치는 것은 방역 체계의 투명성과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6개월 생존’ 바이러스와 축제 취소 결정의 타이밍
영암군의 방역 대책에서 가장 큰 모순은 축제 개최 결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4월 15일 공식 SNS 방역상황 안내문을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는 야외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할 만큼 강력합니다”라고 알린 영암군이 3월 말 예정이었던 왕인문화축제를 즉각 취소하지 않고 5월로 연기했던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바이러스가 6개월이나 생존한다면, 3월 중순 발생한 구제역은 5월에도 여전히 감염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영암군은 처음부터 축제를 취소하지 않고 연기했을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연기 결정 당시에는 이러한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다가, 결국 축제 취소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야 뒤늦게 바이러스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는 방역 안전보다 지역 축제 강행에만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영암군은 3월 30일에 이은 4월 11일 추가 의심축의 연이은 발생을 고려해 왕인문화축제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여준 방역 당국의 일관성 없는 태도와 뒤늦은 조치는 방역 체계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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