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바둑연수원’에서 ‘RE100 산단’으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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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바둑연수원’에서 ‘RE100 산단’으로 급선회
영암군 국정 과제 대응 전략 대전환 ②

6월 “바둑연수원 가장 유력”→7월 RE100 전면 배치
정부 RE100 특별법 발표 19일 만에 전략 전면 재편
450억 문화시설에서 1만5천명 일자리 사업으로 전환
  • 입력 : 2025. 08.01(금) 11:09
  • 선호성 기자

영암군이 29일 발표한 RE100 산단 유치 전략은 불과 한 달 반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6월까지 국립바둑연수원을 ‘가장 유력한’ 사업으로 평가했던 영암군이 갑자기 RE100 산단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7월 10일 정부의 정책 발표가 있었다.

6월 13일, 영암군은 새 정부 국정과제 대응을 위한 6대 핵심사업을 발표했다. 국립바둑연수원 건립을 필두로 대한외국인 행복도시, 국립공원엑스포 밸리, 천년마한 문화융합, 영산강 하구생태계 복원, 그린바이오산업 클러스터가 포함됐다.

당시 영암군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한국기원, 전남도와 이미 협약을 체결했고 450억 원 국비 반영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국립바둑연수원의 실현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450억 원 규모의 문화시설 하나가 영암군의 최대 관심사였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7월 10일이었다. 대통령실이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공식화하면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과 울산이 유리하다”고 구체적 지역까지 언급했다.

RE100 산단의 파급효과는 기존 사업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대불산단이 RE100 산단으로 지정되면 HD현대삼호 등 기존 수출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기업 유치도 가능해진다. 영암군은 1만 5천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예상했다. 인구 5만 1천 명 도시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다.

영암군이 정부 발표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올해 1월 수소발전사업 100MW가 백지화되며 대체 에너지원이 필요했고, 대불산단이라는 전력 대수요처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진행 중인 VPP 사업과 에너지 자급자족 사업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7월 17일, 우승희 군수는 지역 일간지 기고를 통해 변화를 공식화했다. “RE100특별법은 최고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라며 “영암군의 재생에너지 지산지소 실현의 최적지”라고 선언했다.

7월 18일에는 기존 TF를 RE100 TF로 재편하며 추진 체계도 정비했다. 대한외국인 행복도시 사업도 RE100와 연계됐다. 7월 11일 시작한 지역특화비자 F-2-R 117명 모집과 8월 완공 예정인 외국인 기숙사(55억 원)는 RE100 산단 인력의 정주 여건과 연결된다.

▲ 우승희 영암군수가 지난 29일 새정부 정책 대응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19일 후인 7월 29일, 영암군은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공개했다.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이라는 정책 브랜드 아래 기존 사업들을 RE100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우선순위다. 6월의 최우선 사업이었던 국립바둑연수원은 뒤로 밀렸고, 새로 추가된 에너지 지산지소 사업이 전면에 내세워졌다. RE100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지만, 기존 사업들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영암군 RE100 TF팀 관계자는 “기존 사업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 정책을 보고 연관성 있는 사업들을 RE100로 묶어서 건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암군의 전략 전환 과정에서 사업 간 파급효과의 규모 차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립바둑연수원(450억 원)은 조훈현 9단의 고향인 영암을 바둑 문화 중심지로 만들 수 있는 사업이다. 반면 RE100 산단은 대불산단에 입주한 HD현대삼호 등 수출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태양광 2,110MW와 해상풍력 기자재 특화단지 조성으로 기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는 물론, 반도체·이차전지 등 신규 기업 유치를 통해 1만 5천 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영암군의 분석이다. 문화시설 하나와 산업단지 전체의 전환이라는 규모의 차이가 영암군의 우선순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암군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2030년까지 태양광 2,110MW를 실제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영암호 610만㎡와 간척지 1,700만㎡의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생산된 전력을 대불산단에 공급하기 위한 계통 연결과 호남권 전력망(HVDC) 확충 문제도 남아있다.

영암군은 8월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11월 집적화단지 지정 신청까지 짧은 기간 내에 주민 동의와 행정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전국 243개 지자체가 정부 국정과제 실행 지역 선정을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영암군은 준비된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승희 군수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암군이 가장 먼저 RE100 산업단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30일에는 국정기획위원회와 산업부를 방문해 대불산단의 RE100 산단 지정을 건의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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