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영배 의원이 지난 2일 제319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취소된 왕인문화축제 예산 정산의 투명성 문제를 질의하는 모습. |
구제역으로 취소된 2025년 영암왕인문화축제의 예산 집행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축제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전체 예산의 절반 가까운 7억 원 이상이 집행됐고, 특히 대행사가 6억 원 넘는 거액을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제319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군정질의에서 박영배 의원(영암읍)은 왕인문화축제 취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예산이 집행된 배경을 집중 추궁했다.
구제역 확산으로 축제 취소 불가피
당초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 9일간 예정됐던 영암왕인문화축제는 구제역 발생으로 5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으로 축소 변경됐다가 4월 11일 최종 취소됐다.
당시 영암군의 구제역 피해는 심각했다. 3월 13일 도포면에서 첫 발생 이후 영암에서만 13건이 발생해 전남 전체 14건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422마리가 살처분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축제 취소는 불가피했다.
그런데 총 예산 15억 5,900만 원 중 7억 4,600만 원(47.8%)이 집행됐고, 이 중 대행사가 6억 600만 원을 가져갔다.
5일 단축했는데 계약 변경 없어
문제는 축제 기간이 5일이나 단축됐는데도 계약 변경 없이 거의 전액이 지급됐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축제 기간이 5일 축소되면서 현장 안전관리, 관람객 안내 등의 업무가 사라졌는데도 기존 계약금으로 정산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더욱 의혹을 증폭시킨 것은 김동식 관광과장의 모순된 답변이었다. 박 의원이 “축제 취소 후 1억 3,000만 원을 추가 지급한 이유”를 묻자, 김 과장은 “취소 전 기성분”이라고만 답했다.
특히 축제 기간이 9일에서 4일로 단축됐을 때 계약 변경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 과장은 처음에는 “변경계약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언제 변경계약을 했느냐”고 구체적인 날짜를 추궁하자 “날짜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행사 기간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도 계약 변경 시점조차 명확히 답변하지 못한 것이다.
구제역 재난인데도 “가수 계약 때문에…”
가수 섭외비 환급 문제도 논란이다. 김 과장은 “코로나19 이후 노쇼 방지를 위해 가수들에게 유리한 계약 관행이 생겼다”며 1억 원 이상의 가수 섭외비를 환급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찬원 의원은 “3~4월은 축제 성수기가 아닌데 왜 환급이 안 되느냐”며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구제역이라는 명백한 불가항력 재난 상황에서도 계약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산서류 한 달간 숨겨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영암군은 정산 내역을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김 과장은 7월 말 영암문화재단으로부터 정산서류를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1개월이 지난 9월 초까지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강찬원 의원이 “7월 말에 받았으면 벌써 1개월이 지났는데 왜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김 과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회계감사도 이제야 예산 200만 원을 요구한 상태다. 박 의원은 “다른 용역비는 수천만 원씩 쓰면서 정작 중요한 회계감사는 이제야 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한편 박 의원은 “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일 기획사가 협상계약으로 3년간 축제를 독식했고, 군수 측근과 관련 의혹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거짓말하면 고발”
박 의원은 이날 ▲문화재단의 정산보고서 ▲주간기획사 계약 세부내역 ▲협력업체별 집행 증빙서류 ▲계좌거래 내역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는 “충분하지 못한 답변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경우 행정사무감사에서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거짓말하면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구제역은 법적으로 명백한 ‘불가항력 재난’이다. 재난으로 행사가 취소됐는데도 대행사가 6억 원을 가져간 것이 과연 정당한지, 영암군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암군은 재정난을 이유로 국도비 매칭 예산도 반납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드러난 왕인문화축제 정산 의혹은 영암군 행정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왕인문화축제 9일간의 기록…28만명·매출 10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