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인정한 영암의 장(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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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인정한 영암의 장(醬) 문화
전통과 혁신을 이어가는 영암 김명성 발효연구소
  • 입력 : 2024. 12.13(금) 14:13
  • 선호성 기자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등재 페이지에 소개된 교육 현장. 전통 장 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익숙해서 그 소중함에 무뎌 있던 우리의 장 담그기 문화가 세계의 유산이 됐다.” 9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소식을 들은 김명성 발효연구소 소장의 첫 마디다. “멀지 않은 날에 장담그기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나비효과처럼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유네스코는 지난 3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무형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다. 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며 “공동의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등재 과정에서 영암의 장 문화가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유네스코 공식 홈페이지에는 영암 덕진초등학교의 장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4년 전에 시작했던 프로그램입니다.” 김 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작은 학교였던 덕진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이하 전 직원과 학부모님이 의기투합해 ‘장독대 있는 학교 만들기’로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항아리 만들기부터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장 가르기, 장 나누기까지 연속적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한식진흥공단의 자료 수집 과정에서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됐다.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등재 페이지에 실린 덕진초등학교 학생들


월출산 자락의 전통을 잇다

예로부터 영산(靈山)으로 불리던 월출산 자락, 영암군 천황사로에 자리 잡은 김명성발효연구소. 수백 개의 장독대가 체계적으로 배치된 이곳에서 김 소장은 10여 년째 전통 장의 과학적 연구와 계승에 매진해왔다. “월출산 자락의 특별함보다는 농업에 생활 기반을 둔 영암의 농산물, 특히 콩을 사용하는 것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거기에 신령스러운 월출산이 있어 특별함은 덤이지요.”

그의 연구 여정은 평범한 직장인의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됐다. 병원 사무직이었던 그는 “아내에게 김치를 담가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국의 음식 대전을 찾아다녔고,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장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전통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발효 식초 80여 종을 개발했으며, 도예가 정희창과 협업해 최적의 발효 환경을 제공하는 전통 옹기도 연구했다.

▲ 김명성발효연구소 장독대 전경사진.


세계로 뻗어가는 영암의 장 문화

“의미 있게, 맛있게, 양심껏 만들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그의 신념은 현실이 됐다. 10년 넘게 이어온 발효 관련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은 이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5~16일에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을 포함해 30여 명의 전문 셰프들이 참여하는 장(醬) 교육이 예정돼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참가 신청이 들어올 정도다.

유네스코 등재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을 법도 하지만, 김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행복하기는 하지만, 변화의 계기라기보다는 ‘행복감’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단, 보다 더 확신을 가지고 자존감 높게 일할 수는 있겠지요.” 그는 “앞으로의 10년 후에도 이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며 묵직한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등재 이후 총 2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김명성발효연구소는 앞으로도 전통 장류 제조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체험프로그램 문의는 061-472-7372로 가능하다.



덕진초, 전통 장 문화 교육의 새로운 도약 준비

덕진초등학교를 찾았다. 운동장 한켠에는 학년별로 6개의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장독대는 김명성 소장이 학생들을 위한 장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설치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김 소장이 영암에서 진행한 이 장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이 대한민국 장 담그기 문화의 대표 사례로 유네스코에 소개됐다는 점이다.

▲ 덕진초등학교에 있는 장독대

학교 측은 기존 체험 프로그램을 보완, 발전시킨 새로운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박미숙 교감은 설명했다.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학교의 장독대가 갖는 교육적 가치가 재조명되는 만큼, 이를 활용한 보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김명성발효연구소 | 유네스코 | 장담그기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