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 레미콘 사망사고 한 달, “수사 중”만 되풀이되는 책임 공백

HOME > 열린 窓 > 뉴스 플러스
서호 레미콘 사망사고 한 달, “수사 중”만 되풀이되는 책임 공백
유가족 군수와의 대화 게시판에 호소
농어촌公·군 “수사 중이라 입장 어렵다”
전국 농어촌公 현장 2개월간 4명 사망
농식품부, 안전관리 원점 재검토 지시
  • 입력 : 2025. 12.05(금) 14:31
  • 선호성 기자

[사진=목포MBC 유튜브 갈무리]


서호면 마을회관 앞에서 80대 주민이 레미콘 차량에 깔려 숨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유가족은 영암군청 홈페이지에까지 호소문을 올렸지만, 발주처인 한국농어촌공사와 영암군 모두 “수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그 사이 전국 농어촌공사 발주 현장에서는 2개월 만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공사에 안전관리 업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유가족 “언론과 군수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

유가족은 지난 11월 27일 영암군 홈페이지 ‘군수와의 대화’ 게시판에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유가족은 게시글에서 “레미콘 기사는 몰랐다고 하고, 발주처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책임 없다고 한다”며 “저희는 힘이 없다. MBC, KBS, 뉴스1, 신문고, 군청 등 언론을 통해 소리를 지르는 방법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특히 유가족은 사고 발생 5일 전인 10월 29일 농어촌공사 영암지사가 ‘무재해 현장’을 선언하며 안전보건협의체 정기회의를 열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사고 발생 전에 지사장 주최로 회의까지 했는데 바로 다음 주 안전관리 소홀로 처참히 돌아가셨다”고 적었다.



농어촌공사·군청 모두 “수사 중이라…”

본지가 지난달 27일 농어촌공사 영암지사에 안전관리계획 수립 내용과 신호수 배치 여부 등을 질의했으나, 공사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어떤 질문에도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한 바 있다.

영암군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 군민안전과는 유가족 게시글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사고는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가 발주한 공사로 현재 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사고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책임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교육 강화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으나, 유가족이 요청한 ‘농어촌 지역 공사 현장 안전 기준 개선’이나 ‘지자체 보행자 보호대책 마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군은 답변 말미에 군민안전보험 제도를 안내했다.



전국서 2개월간 4명 사망…“매뉴얼은 있는데 현장 적용 안 돼”

영암 사고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최근 2개월간 농어촌공사 발주 현장에서는 전국적으로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10월에는 군산과 창녕에서 각각 근로자가 추락·전복 사고로 사망했고, 11월에는 영암에 이어 상주에서도 작업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매뉴얼은 잘 갖춰져 있는데 현장에서 적용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잇단 사망사고와 관련해 농어촌공사의 안전관리 업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중이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

발주처인 농어촌공사는 “공사장 밖 사고”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지자체인 영암군은 “발주처 공사”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양측 모두 “수사 중”을 이유로 구체적인 입장과 대책 제시를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운전자와 관계자의 형사 책임을 가리는 절차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주민이 숨진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까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뤄도 되는 것인지,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서호 레미콘 사망사고, 농어촌公 “공사장 밖”이면 책임 없나2025-11-28 14:45:15
키워드 : 사망사고 | 책임공백 | 한국농어촌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