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주민공청회는 1년 넘게 이어진 주민들의 반발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줬다. 주민들이 따져 물은 것은 단순히 송전철탑의 위치나 보상금 규모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삶을 좌우할 결정을 누가, 어떤 절차로 내렸으며, 그 결정이 과연 불가피한 선택이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공청회에서 드러난 입지선정 과정의 문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한전은 최적경과대역 선정에 앞서 영암군청과 읍면 등을 대상으로 15차례 사업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에 몇 차례 설명했느냐가 아니라, 실제 송전선로가 지나갈 지역의 주민들에게 사업을 알리고 입지 결정 전에 의견을 낼 기회를 제공했느냐는 것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과 직결된 통과대역이 결정된 뒤에야 사업을 알게 됐다고 반발해 왔다. 행정기관에 대한 설명이 주민 의견수렴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대표 선정 과정도 마찬가지다. 영암군은 입지선정위원 9명을 추천했고, 한전은 지자체가 추천한 주민대표에 관한 세부 기준이 없다고 답했다. 법령에 따른 추천·위촉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주민대표의 실질적인 대표성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권한을 위임하지 않은 대표들이 노선 결정에 참여했다면, 그 결정의 정당성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통과대역을 정한 뒤 제한된 범위에서 의견을 듣는 자문 절차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사업 자체의 필요성이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연계와 지역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주민 측은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수도권이 장거리 송전망 건설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역 계통 보강과 장거리 전력 수송이 함께 필요한 기능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영암을 관통하는 현재의 가공 송전선로가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산지소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의 지역 분산과 다른 대안까지 충분히 검토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문도 해소해야 한다. 전체 사업구간에서 국가보호종 22종이 확인되고 41만㎡가 넘는 산림훼손이 예상되는데도 주요 생태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평가됐다. 주민 측 전문가가 계절별 조사와 조사 범위, 대안 검토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했지만, 공청회에서는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전이 예고한 별도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는 형식적인 설명이 아니라 조사와 판단의 근거를 제대로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영암군에 지원될 것으로 추산된 506억 원도 주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돈을 어느 마을에 얼마나 나눠줄 것인지가 아니라 송전철탑 주변에서 살아갈 자신들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는 대책이었다.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달라질 삶의 조건을 재정지원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제 한전과 영암군이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한전은 기존 결정을 정당화하는 설명에 머무르지 말고, 사업의 필요성과 입지선정 과정, 환경영향평가의 적정성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된다면 노선과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영암군도 주민대표를 어떤 기준으로 추천했고 사업 정보를 주민들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 군의회가 구성한 송전선로 대책특위 역시 실질적인 조사와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에 답할 수 있는 책임자가 나서야 한다. 주민들은 1년 넘게 거리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고, 이제 공개적인 자리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기존 결정의 정당성을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한 답이 또다시 이미 진행한 절차와 규정을 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공청회는 한전이 주민 설명 이력을 한 줄 더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기존 결정을 되돌릴 가능성까지 열어놓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이 정당했는지부터 책임 있게 검증하는 일이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10.16(금) 1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