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광주인자위 일학습전문지원센터장

예로부터 조선업은 제조업 국가인 한국을 먹여 살렸던 중요한 산업이었다. 특히 국가 간, 대륙간 교역이 점점 더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조선 산업의 발전이 필연적이다.

한국의 조선업은 2000년대 초반에 대호황기를 맞이했다. 그 배경에는 세계 시장의 성장과 교역 확대 과정에서 해운업·조선업의 수요가 폭증됐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조선소인 BIG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를 중심으로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 3개 부문 모두 세계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조선업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하향 산업이 됐다.

하지만, 중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한 배들의 불량률과 AS의 부재로 세계의 많은 선박회사가 다시금 한국의 조선소들을 찾고 있어 얼마 전 조선 수주율 1위를 다시 탈환 하면서 조선업이 또다시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영국의 해운·조선시황(주식거래현황) 분석 업체 클락스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기업들의 선박 수주량과 수주액은 각각 전세계 52%, 53%씩을 차지하며 세계기록 1위를 기록 할 만큼 2000년 초반의 대호황기를 다시 맞이하게 됐다.

수주량이 늘어났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크게 부족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 광주·전남 대형 조선소인 영암삼호중공업에서는 올해부터 인력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광주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조선산업 인력 현황은 과거 2014년 20만명까지 절정에 이르렀다가 이후 지속적인 하락으로 2021년 5월 기준 9만4000명까지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수주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에 따른 생산인력 수요증가와 인력양성·공급 확대가 필요한 실정이 된 것이다.

현재 조선업은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노동강도와 위험도 측면에서 매우 힘든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고 조선업 종사자들의 처우와 임금 또한 타업종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은 단순히 처우개선에 머물지 않고 수주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채용과 구조조정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끊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처럼 모처럼 찾아온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조선 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다.

첫째, 젊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사업 활성화이다. 조선 산업의 경우 도크설치, 도장, 용접 등 현장 업무가 많다 보니, 이직률이 높아 현장에서는 바로 투입 가능한 경력직 선호도가 높아 높은 연령층의 비중이 매우 높다. 따라서 장기호황 시대 지속 가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젊은 피의 수혈이 매우 필요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산학일체형 도제 사업과 젊은층의 참여가 높은 일학습병행 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전국단위 훈련양성시스템 구축이다. 광주인자위 경우 지역산업맞춤형사업으로 공동훈련센터와 구직자·재직자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조선업에 인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인력양성 사업이 지역 위주로 취업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극심한 인력난을 빠른시일내에 해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훈련생의 취업지역 제한이 없는 전국단위 훈련양성 시스템구축이 시급하다. 다시 말해 조선 산업의 총체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제한을 일시적으로 푸는 국가적 차원의 특화인력 양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조선소 퇴직자를 위한 재취업 훈련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과거 조선업계 현황을 보면 수주량에 따라 대규모 채용과 구조조정을 반복했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선소 퇴직자를 대상으로 재취업할 수 있는 훈련교육과 되돌아오는 근로자를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재활프로그램이 구축돼야 한다.

넷째, 젊은 층의 인력 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 개선 노력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금전적 근로조건 개선과 별도로 주거 안정, 문화생활 구축 등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은 여타 대형 조선소와 달리 비교적 큰 도시에 인접에 있고 전국을 하루 생활권에 둘 수 있는 KTX 역까지 인접에 있어 직업 선택 시 고려되는 문화생활권과 교통 여건에 큰 이점이 있다.

광주인자위는 2015년부터 지역 인력·훈련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인력양성 및 일학병행사업 등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노력하고 있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인자위에서 자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과거 영화 속의 꿈꾸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기술혁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교육 등 비대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중심인 조선업 인력난을 해결하고 세계를 선도할 K-조선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상생형 일자리처럼 지역과 산업의 특성을 살린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훈련사업 개발이 필요하며 이는 광주·전남 노·사·민·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현대삼호중공업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