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교역·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전략적 가치, 우리의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CPTPP는 전 세계 무역액의 15%를 차지하고, 회원국 간 관세를 면제하는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현재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경제 공동체이다. 일본을 포함해 호주, 캐나다, 멕시코, 칠레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페루, 베트남 브루나이 등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을 묶어 2018년 말 처음으로 발효됐다.

발효 이후에는 태국, 영국, 대만의 참가가 예정돼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인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이 참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1개 회원국과의 교역액 규모를 따져보면 2019년 기준 수출액은 23.2%, 수입액은 24.8%를 차지한다. 국제 교역을 통해 경제를 이끌어가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교역 확대의 기회를 잡고자 함은 당연해 보인다.

본래 CPTPP의 전신은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출발했다. 하지만 자국 보호를 강조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협정에서 탈퇴했고, 현재 바이든 정부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9월 CPTPP 가입을 신청하면서 참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CPTPP의 중국 견제 기능이 상실되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가입 논의를 최대 교역국인 중국 가입 신청 이후 더욱 속도를 내는 것 같다.

이에 반해 인권탄압문제로 올림픽 보이콧은 물론 무역 제재로 중국과 대립 중인 미국과의 관계를 비롯해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드러내는 일본의 태도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또한 국내 농업계의 격렬한 반발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CPTPP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정부도 별로 얘기를 하지 않고 언론에서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민감하게 얽힌 외교 문제 그리고 국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꽤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최종적으로 CPTPP에 가입을 할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 자유무역협정 속에서 가입을 전제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효율의 극대화에 앞서 공동체가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여론을 수렴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