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 농업예산 삭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암군농민회가 예산 삭감에 반발해 천막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영암군이 11일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영암군농민회는 지난 9일 영암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철 회장은 “영암군농민회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군청 앞 천막농성에 들어간다”며 농업의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농민회는 비료 가격 인상 지원사업의 대폭 삭감, 맞춤형 친환경 농자재 지원사업과 톤백 지원사업의 전액 삭감 등을 주장하며 영암군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영암군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영암군은 농업예산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2024년 예산 기준 전체 살림에서 농업예산이 22.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농가인구당 농업예산은 887만 원으로 인근 지역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암군의 이러한 주장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먼저, 농업예산 비중을 다른 지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각 지역의 농업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영암군이 농업 중심 지역임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은 오히려 영암군의 농업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또한, 영암군은 농가인구당 농업예산(887만 원)과 쌀 관련 예산(330만 원)을 직접 비교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농업예산과 일부 작물 관련 예산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더욱이 2021년 기준의 데이터를 2024년 예산과 비교하는 등 시간적 일관성이 결여된 통계 사용으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영암군은 무기질비료 보조금 삭감에 대해 “전국 지자체 모두에 닥친 시련”이라며 정부 정책 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한 ‘전라남도시장군수협의회 공식 안건 상정’과 ‘농림부 건의’ 등은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영암군농민회 권혁주 사무국장은 “영암군의 통계 비교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농업 강군인 영암군이 다른 지역과 예산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은 오히려 영암군의 농업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정작 중요한 것은 농민회의 핵심 요구사항인 소통의 부재와 일방적 정책 결정에 대해 영암군이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민회 측은 이러한 예산 삭감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농업 보조금의 경우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과 충분한 대화가 필요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지방행정의 민주성, 투명성, 그리고 소통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영암군의 재정적 어려움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해결 과정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인 농민들과의 소통을 등한시한 것은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향후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농민회는 오는 16일 영암 농민대회를 군청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영암군의 대응 여부에 따라 갈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양측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