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자매결연을 맺은 영암군과 서울 영등포구. 30년이 지난 지금, 두 도시를 잇는 교류 프로그램은 달랑 어린이 문화체험 하나뿐이다.

29일 영암군에 따르면 양 지자체는 1995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어린이 문화체험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예산 약 1천만 원 규모로 양 도시 초등학생 각 15명씩 총 30명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1996년부터 시작돼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교류 기록을 살펴보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 농산물 판촉행사 ▲민간단체 상호교류 방문 ▲여름방학 어린이 문화체험 ▲각종 문화·축제행사 참석 ▲축구 동호회 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당시 보도에서는 “실질적인 도·농간 교류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농산물 직거래는 코로나 이전까지 영등포구청 ‘농부의 시장’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됐다. 추석 등 명절에는 연 2회 이상 열려 무화과, 고구마 등 영암 특산품을 서울 시민들에게 직접 판매했다.

▲ 서울 영등포구 어린이 문화체험단이 지난 26~27일 영암군에서 천연염색, 지역 특산품 간식 만들기 등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거리 멀어 참여 농가 없어”

코로나19로 중단된 농산물 직거래가 재개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농수산유통과 관계자는 “기존에 참여하던 분들이 나이가 드셨고, 새로운 농가들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참여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영등포구에서 참여 의사를 묻는 공문이 왔지만, 참여 농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암군은 인근 광주 서구와는 활발한 직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해 해당 관계자는 “광주는 가깝다 보니 단기간에 좋은 성과가 나왔다”고 답했다.

영암군이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수십 년간 참여했던 영등포구 직거래 장터가 3년간 중단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30년 자매도시와의 검증된 판로를 소홀히 한 채, 새로운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행정의 우선순위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 영암군이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광주 서구에서 개최한 농산물 직거래장터 모습.

부서 간 엇갈린 설명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교류사업 현황조차 영암군 내부에서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류사업을 총괄하는 자치행정과의 교류후생팀 관계자는 “영등포구와는 어린이 문화체험 외에 특별히 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민간 차원의 교류도 별도로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고 말했다. 30주년 기념 확대 계획을 묻자 “올해 하반기 양 지자체장이 만날 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반면 교류사업 중 지역농산물 직거래 행사를 맡고 있는 농수산유통과 관계자는 “올해 직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며 “지난달 영등포구청을 직접 방문해 참여 의사를 전달했고, 다음 달부터 참여 농가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군청 내에서도 교류 현황에 대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2022년 11월 우승희 영암군수는 영등포구청을 방문해 “농산물 직거래 장터 운영 등 우호 교류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자매도시 격상까지 제안했다. 3년이 지나서야 올해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지만, 30년 자매도시와의 교류가 이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쌓아온 자매도시 관계가 단순히 거리의 문제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장 기간 자매결연 도시와의 교류가 이처럼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영암군의 교류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