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청 금정면장이 지난 7월 부임 후 첫 반상회를 면사무소가 아닌 이장 개인집에서 진행하고, 음식과 술을 제공받으며 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관련 정보는 이 자리에서 처음 언급됐으나, 정작 일반 주민들은 9월 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밀실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복용 금정면장은 7월 24일에서 25일 사이 금정면 신유토마을 박말녀 이장의 집에서 7월 정례 반상회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금정면 이장단과 면사무소 공무원 등 20-30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반상회는 면사무소 회의실이 아닌 체험마을로 운영되는 신유토마을 이장집에서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은 음식과 술을 제공받으며 회의를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최 면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7월 1일 부임해 첫 반상회였는데, 이미 이장단에서 계획이 되어 있었다”며 “신유토 마을 주민들 식사하는 자리에 같이 숟가락 놓고 밥 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이장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몇몇 이장들이 ‘이건 아니지 않냐. 회의를 하고 가든가, 아니면 밥을 먹고 와서 회의를 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된 중요 정보가 처음 공개됐다는 점이다. 이장단장이 경과대역 관련 그림 파일을 가져와 설명하면서 “송전선로가 금정면을 비껴간다”는 식으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8월 25일 열린 반상회에서는 더 노골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커지자 이장단장은 “금정면을 관통하려던 송전선로를 본인이 다른 곳으로 밀었다”며 자신의 성과인 양 자랑했고, 이에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금정면 주민들은 9월 초가 되어서야 송전선로가 자신들의 마을을 관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23년 4월부터 진행된 사업이 2년 넘게 주민들에게는 철저히 숨겨진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암군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무원이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영암군 갈등시설 설치 시 주민 사전고지 조례도 위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주민은 “공적인 회의를 사적 장소에서, 그것도 음식과 술을 제공받으며 진행한 것은 명백한 행동강령 위반”이라며 “더 큰 문제는 송전선로라는 중대한 사안을 주민들에게는 숨기고 소수끼리만 논의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철 고압송전선로 철탑 건설 반대 영암군대책위원장은 “2년간 주민 모르게 진행된 송전선로 사업의 전형적인 밀실행정 사례”라며 “특히 금정면은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송전탑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데 면장이 주민 편에 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춘홍 금정면농민회장은 “공식적인 회의를 왜 이장집에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송전선로 문제로 주민들이 절규하고 있는데, 면장은 오히려 주민 조직을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정면은 현재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외에도 ESS 설치 등으로 주민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금정면사무소는 7-8월 반상회 회의록 작성 여부와 식사 비용 처리 방식 등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확인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