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협치 농정은 ‘짜맞추기?’…비선 개입 논란까지, 농민들 “기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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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협치 농정은 ‘짜맞추기?’…비선 개입 논란까지, 농민들 “기만당했다”
  • 입력 : 2024. 10.21(월) 14:28
  • 선호성 기자

영암군이 농업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협치 농정’ 제도가 오히려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봉감(떫은감) 품목별협의회 구성 과정에서 불투명성과 절차 무시, 비선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영암군 협치농정 활성화 기본 조례’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정 대봉감 작목회를 비롯한 관련 농민단체들은 협의회 구성 과정에서 특정 단체가 배제되고 절차가 무시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각 품목별 생산자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여 농업정책에 반영하겠다는 협치농정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지적이다.


협의회 구성 과정의 불투명성과 일관성 없는 인원 조정

처음 영암군은 대봉감 품목별협의회 구성 과정에서 일반적인 공개 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신 지역농협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위원을 추천받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금정 대봉감 작목회를 초기에 배제하려 했다는 게 농민들의 증언이다.

대봉감 작목회 관계자는 “처음에 우리 작목반을 배제하려 했다”며 “공고를 통한 모집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을 통한 비공개 추천 방식이 협의회 구성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당시 농협 측은 오히려 영암군 측에 “금정은 금정 대봉 작목회가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 거기다 협조를 구해라”고 제안했고, 이후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작목회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었다.

작목회의 강한 반발 이후 영암군은 태도를 바꾸어 작목회 측과 협의를 시도했고, 결국 작목회에서 인원을 추천하되 전체 인원 한도 내에서 작목회 임원과 단장 전체가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애초의 합의는 금세 번복되며 작목회의 추천 인원은 계속 줄어들었다. 처음 25명에서 20명, 다시 15명으로 줄여 달라는 요청이 연이어 들어왔다.


뒤늦은 공고와 기존 합의 무력화

8월 8일, 영암군은 담당 공무원의 주도하에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소집해 회장과 사무국장을 선출했다. 심지어 8월 8일 회의 직후부터 자격에 관한 서류 보완 요청이 있었고, 약 2주 후 추가 서류 작성 요청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9월 3일, 영암군은 갑자기 공식적인 공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대봉감 협의회 모집 공고를 냈다. 군 관계자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고를 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고는 형식적 절차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모든 절차와 합의를 무효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대봉감 협의회 정원은 25명에서 35명으로 증가했다.

영암군 측은 이를 다른 읍면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정면에 19명이 배정되는 과정에서 기존 작목회 회원들이 일방적으로 배제되고 새로운 인원이 들어온 경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절차 무시와 특정 인사 배제 논란

10월 15일, 영암군은 갑자기 회장 등 임원 선출을 위한 회의를 다시 소집하겠다는 통보를 보냈다. 일방적으로 공고 이전의 모든 절차와 합의는 무효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금정 대봉감 작목회 소속 15명의 위원 중 8명을 아무런 통보나 설명조차 없이 위원 (예비)명단에서 배제시켜 버렸다.

관련해 영암군 측은 오로지 절차상의 “실수”라면서 기존 회원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한 작목회 관계자는 “절반 이상을 잘라내고 실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구성된 협의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영암군 측은 기존 8명을 배제시킨 이유에 대해 경영체 등록상 재배 면적 기준으로 제외했다고 했지만, 한 작목회 관계자는 “2만평이 넘는 농민도 탈락했다”며 영암군의 탈락 이유의 모순점을 꼬집었다.


비선 개입 의혹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영암군이, 표면적으로는 합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이를 번복하는 방식으로 특정 단체, 특정 인사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봉감 작목회는 물론 지역 농민단체들은 지금까지 일선 공무원들과의 합의 과정이 자꾸만 뒤엎어지는 배경에 군수 측근과 정무 라인 등의 비선 개입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결정적으로는 이들의 개입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측근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면사무소에 직접 가서 특정인들의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정황이 담긴 통화 내용까지 제시됐다.

한 작목회 관계자는 “팀장들과 합의를 하고 나면 늘 중간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며, “정무 라인이 측근을 통해 이런 협의체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는 애초 구성했던 협의회에서 대봉감 작목회 소속 기존 위원들을 결국 7명까지 줄이면서 남은 공석을 소위 영암군의 “입맛대로” 채웠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모든 절차는 규정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측근이나 정무직의 개입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암군의 대응과 향후 전망

이번 대봉감 협의회 구성 문제는 개별 사례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쌀 분야 작목별협의회에서도 쌀생산자협회가 배제되는 등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영암군쌀생산자협회 관계자 역시 “우리 협회가 영암군 쌀 산업과 관련해 수년간 주도적으로 연구 용역을 수행했음에도 협의체에서 배제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협치농정의 근본 취지는 각 품목별 협의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협치농정위원회라는 심의의결기관을 통해 농업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러한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진정한 협치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는 것임에도, 어떠한 의도 여하를 불문하고 자의적으로 특정 인사나 단체를 배제한다면, 결국 협치농정위를 통과하는 정책들도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로 예정된 협치농정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농민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들은 품목별협의회 구성의 적법성 검토와 함께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수 측근들과 정무 라인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향후 영암군 농정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선호성 기자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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