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체 언행 용납 못해”…우 군수 시정연설 ‘위협성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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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단체 언행 용납 못해”…우 군수 시정연설 ‘위협성 발언’ 논란
예산안 제출 공식석상서 농민단체 겨냥 부적절 발언 물의
농업예산 삭감·쌀값 대책 요구 농민회 향한 보복성 우려도
  • 입력 : 2024. 12.06(금) 18:07
  • 선호성 기자

우승희 영암군수의 2025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지역 농민단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부적절한 발언들로, 예산권을 가진 행정수장의 ‘보복성 경고’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정연설 전문을 분석한 결과,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발언의 맥락과 용어 선택이다. 우 군수는 “일부 개인과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6만 군민에게 돌아가야 할 정부 예산이 감액되어 온 것은 군민에 대한 무책임이며 영암발전과 군민화합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체적 근거 제시 없이 농민단체의 정당한 요구를 ‘특정 집단의 이기심’으로 매도하는 동시에, ‘군민화합 저해’라는 프레임으로 농민단체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2025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 내용

더 나아가 “군민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는 보조금 혁신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왜곡하여 군정을 망신주고 군민을 분열시키는 언행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예산집행권자의 입장에서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정치적 의도’와 ‘군민 분열’이라는 표현으로 정당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 2025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 내용

특히 “습관적인 비난까지 용인하지는 않겠다”는 발언은 더욱 우려스럽다. 무엇이 ‘비판’이고 무엇이 ‘비난’인지에 대한 판단을 군수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군수에 대한 모든 비판을 차단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 2025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 내용

이번 시정연설의 논란은 올 한 해 심화된 농업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이 배경이 되고 있다. 영암군농민회는 다목적 소형농기계 지원사업, 인력절감형 농기계사업, 친환경 중경제초기 지원사업, 우렁이 지원사업 등 20여개 농업 관련 사업의 예산이 삭감됐다며 반발해 왔다. 특히 대부분이 국도비와 무관한 군비 자체 사업들이라는 점에서 영암군의 농업 경시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2023년 회계연도 결산에서 727억 원의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했음에도 농업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농민회는 올 5월부터 군수와의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7월에는 150여 명의 농민들이 트랙터와 농기계를 앞세워 대규모 항의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우 군수의 모순된 행보는 행정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켰다. 8월 1일 영암혁신리더 소통간담회에서는 “농민회로부터 공식면담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가, 10월 2일에는 “모 단체는 대화로 요구하면 다 들어줄 것인데 으쌰으쌰만 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영암군의 농업 규모를 고려할 때 더욱 커진다. 영암군의 논벼 재배면적은 14,077ha로 전국에서 6번째로 큰 농업군(郡)이다. 이는 담양군(5,299ha), 화순군(4,513ha), 장성군(4,174ha) 등 인근 군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농가당 생산량도 5.28톤으로 다른 군의 2배가 넘는다.

게다가 우 군수는 취임 후 농정혁신위원회를 갑자기 해산시켰고, 최근 구성된 ‘쌀값 하락 대응 지역사회 협의체’에서도 일부 주요 농민단체들을 배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시정연설은 단순한 즉흥적 실수가 아닌, 그간의 선별적 소통과 배제의 행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발언에 사용된 ‘특정 단체’, ‘정치적 의도’, ‘군민 분열’ 등의 표현은 지역의 정당한 비판세력을 적대시하고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암군은 최근 30억 원 규모의 쌀값 하락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시정연설로 인해 갈등 해소는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정연설은 새해 예산안에 대한 의회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 특정 단체를 겨냥해 ‘용납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예산권을 가진 단체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의 보복 시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영암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한 우 군수의 발언이 무색하게, 이번 시정연설은 오히려 지역사회의 분열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수 스스로가 ‘군민 분열’을 경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발언을 통해 지역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시정연설 | 우승희 | 위협성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