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농민의 상생,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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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과 농민의 상생,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입력 : 2025. 01.03(금) 14:06
  • 영암열린신문

영암군 통합RPC의 2024년산 벼 수매가격 결정 과정은 우리 농업계가 안고 있는 깊은 상처를 여실히 드러냈다. 표면적으로는 6만원이라는 가격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농협과 농민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가격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농협의 태도다. 농민단체의 회의 참관 요구를 거부하고 서면의결이라는 우회적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한 것은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농협의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구나 인근 강진, 해남 등이 농민들이 요구한 6만 1천원을 수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암 농협의 선택은 아쉬움을 더한다.

물론 농협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6만원의 매입가는 RPC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150억 규모의 현대화 사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농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 소통의 문을 닫아걸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이 사태의 본질은 농협이 잃어버린 정체성에 있다.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고 농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농협이 어느새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좇는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전국적인 쌀값 하락과 공공비축미 가격 하락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태도다.

영암군 통합RPC 현대화 사업은 영암 농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하드웨어의 혁신도 농협과 농민 간의 신뢰라는 소프트웨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지금이라도 농협은 농민과의 소통을 회복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며, 나아가 농협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