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본 민선8기 중간 성적표: 정책과 현실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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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로 본 민선8기 중간 성적표: 정책과 현실의 간극
  • 입력 : 2025. 01.24(금) 14:07
  • 선호성 기자

“7,000억 예산시대 개막” “3대 전략산업으로 혁신성장” “관광도시 1번지로 도약”

영암군이 제시한 2025년 청사진은 화려하다. 지난 2년 6개월간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평가 최고등급(SA) 등 39건의 상을 받으며 ‘혁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2024년 한 해 동안 드러난 각종 지표들은 이런 장밋빛 전망과 크게 동떨어진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재정: ‘7천억 시대’의 불편한 진실

2025년 본예산이 7,114억 원으로 단일 규모로는 처음 7천억을 넘어섰지만, 세입구조는 취약하다. 2023년 결산 기준 재정자립도가 11.84%에 그쳐 여전히 이전재원 의존도가 높다. 특히 예비비는 48억 원으로 전년(112억 원) 대비 57.44% 삭감됐는데, 이는 예산총액의 0.67%에 불과해 전국 군 단위 평균(2.1%)의 3분의 1 수준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78건의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도비 1,236억 원을 확보했지만, 국장제를 도입하고도 사업 간 중복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의 농식품 선순환 플랫폼과 지역특화 농산물 유통시설(20억 원) 간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친다.


인구정책: 보여주기식 대책의 한계

2024년 3분기에만 204명이 순유출됐는데, 이는 분기별 감소 폭이 1분기 106명, 2분기 111명에서 계속 확대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연령대별 이탈 현상이다. 청년층(19~49세)의 경우 2024년 7~9월 석 달간 총 235명이 영암을 떠났고, 70세 이상 고령층도 3분기에만 387명이 순유출되는 등 전 연령대에서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출 사유를 분석한 결과, 주택과 교육 여건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3분기 동안 주택 관련 순유출이 138명, 교육 관련 순유출이 64명에 달했다. 직업 관련해서는 7월 22명, 9월 26명의 순유입이 있었으나 주택과 교육 분야의 유출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4년 만에 소아청소년과 개설은 의미있는 진전이었으나, 53억 원 규모의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은 재원조달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건립비의 절반 가까이를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충당하려 하지만, 2024년 상반기 기부금 모금 실적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2억 2천만 원을 목표로 했던 ‘시즌1’ 모금에서도 1억 7천만 원에 그쳤고, 부족분 5천만 원 모금에만 171일이 소요됐다.


군정 신뢰도: 청렴도·안전지수 ‘바닥권’

2024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영암군은 4등급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단계 하락한 것으로, 전남 22개 시군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민원처리 불만족도가 크게 늘고 공직사회의 부패 우려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 수준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3년도 교통안전지수에서 영암군은 73.08점으로 전국 80개 군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교차로 안전도가 52.56점에 그치는 등 도로환경이 열악했고, 특히 대불산단에서는 2024년 한 해에만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농업정책: 실현가능성 의문의 목표들

2024년 4월 농정대전환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목표들의 실현가능성이 도전받고 있다. 현재 272명에 그치는 1억 원 이상 고소득 농가를 2026년까지 500호로 늘리고, 농가 평균소득을 2022년 전남 평균 4,500만 원 수준에서 2027년 7,000만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3년 내 55% 이상의 소득 증가라는 비현실적 목표설정이라는 지적이다.

농산물 유통 정책도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군은 농식품유통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영암군의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는 “쌀 하나만 취급하는 통합RPC도 적자인데, 다품종 농산물을 취급하는 유통센터가 과연 수익을 낼 수 있겠나”라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로 8~9개 농협이 통합운영하는 영암군 통합RPC는 지역 쌀 유통량의 55% 정도만 처리하며 적자운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컬푸드 매출을 2024년 20억 원에서 2028년까지 100억 원으로 5배 늘리겠다는 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더욱이 농식품유통센터의 시범사업 격인 ‘농부남생이마켓 유통사업단’은 연간 6천만 원의 운영비로 소농·고령농의 농산물을 수집·판매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달 사회적협동조합 영암지역네트워크가 운영 주체로 선정됐지만,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관광정책: 부풀려진 성과와 예산 낭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된 관광산업 역시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관광객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심각하다. 왕인문화축제의 경우 2023년 89만 명이라고 발표했던 방문객이 2024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실측 데이터 요구로 16만 명으로 대폭 감소됐다. 국화축제 역시 전년 28만 명에서 올해 18만 4천명으로 34.3% 감소했다.

신규 축제에서도 논란은 반복됐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개최된 월출산국립공원박람회는 3만여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하지만 군이 발표한 3만여 명이라는 방문객 수 역시 영암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행사 장소마다 개별적으로 집계한 후 이를 합산한 방식이라 중복 계상의 문제를 지적받았다.


예산은 오히려 증가했다. 왕인문화축제 예산이 전년(9.5억원) 대비 58% 증액된 15억 원으로 늘었고, 국화축제에도 16억 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전액 군비로 7억 8천만원을 투입한 월출산국립공원박람회까지 신설하면서 주요 축제 예산만 40억 원에 육박했다. 더욱이 박람회는 월출산국립공원과 4km나 떨어진 영암군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되는 등 정체성 논란도 일었다.


정책 제언: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

2024년 한 해 동안 드러난 각종 지표와 성과는 영암군이 제시한 정책과 목표들이 실현 가능성보다는 선언적 의미가 강했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수사로 포장된 정책과 과대 계상된 통계는 오히려 행정의 신뢰도를 훼손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조선업과 농업의 균형발전, 청년층이 정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의료·교육·관광 인프라 확충 등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불산단의 산업구조 개편이나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등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닌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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