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재해보험, 20년 묵은 관성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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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재해보험, 20년 묵은 관성을 깨야 한다
  • 입력 : 2025. 02.07(금) 15:33
  • 영암열린신문

금정면 대봉감 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거부라는 강경 조치를 내렸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90여 명의 농민이 거리로 나선 것은, 20년 넘게 이어진 절박한 호소가 또다시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 보험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농업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함을 알리는 경종이다.

대봉감 농가들의 요구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일소피해를 입으면 2~3일 내 낙과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떫은감의 고유한 특성을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험 당국은 여전히 전체 착과수의 6% 이상 피해가 ‘육안으로 확인되어야’ 보상한다는 경직된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사과, 배, 단감과 동일한 기준 적용은 농작물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관료주의적 발상이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보험제도의 한계가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영암은 42일간의 폭염과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강수량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사회안전망으로 거듭나야 한다.

“현장의견 청취와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답변은 공허하기 그지없다. 이미 20년간 농민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들었고, 각 농작물의 특성과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보험제도로의 전면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연간 1만 2천 톤을 생산하며 전국 4위의 자부심을 지켜온 금정면 대봉감 농가들이 보험가입 거부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부와 보험 당국은 ‘연구 검토’라는 말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낙과 피해 보상 조항 신설과 6% 피해율 규정 폐지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1,300여 농가의 절규에 응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