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2025년 왕인문화축제에서 일본 왓소축제를 재현하겠다고 나섰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고 국제교류를 강화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이는 축제의 본질을 흐리는 성급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왓소축제는 일본에 건너간 백제 도래인들을 환영하는 축제다. 반면 왕인문화축제는 백제 문물의 전파자로서 왕인박사의 발자취를 기리는 행사다. 한쪽은 ‘맞이하는’ 축제요, 다른 쪽은 ‘보내는’ 축제다. 이처럼 상반된 성격의 두 축제를 한 공간에서 재현한다는 것은 축제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군의 안일한 태도다.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면서도 세부 계획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 한다. 지역 문화계와 주민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았다. 작년 묘전제 방문 시 맺은 ‘문화교류 협약’만을 근거로 들고 있을 뿐이다. 이는 전남도가 강조하는 ‘주민 주도 축제’와도 거리가 멀다.
전남도 축제 평가에서 상위 등급으로 도약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이 축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대가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태국 송크란 축제와 교류해 성공을 거둔 것은, 두 축제가 ‘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왕인문화축제와 왓소축제는 이러한 공통분모조차 찾기 어렵다.
영암군은 이제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국제화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축제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고유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교류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기존의 가오 퍼레이드를 더욱 발전시키거나, 구림한옥마을과 연계한 고유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한 지역의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정체성이자 문화적 자긍심의 표현이다. 영암군은 왕인문화축제가 지닌 본연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성급한 국제화 추진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1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