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대표성 놓고 영암군-의회 충돌…주민자치회 확대 정책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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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 대표성 놓고 영암군-의회 충돌…주민자치회 확대 정책 ‘제동’
읍면 문체위와 주민자치회 위상 충돌…의원들 ‘불협화음 유발’ 강력 비판
5개 읍면만 주민자치회 구성…참여예산 형평성 논란과 맞물려 갈등 확대
  • 입력 : 2025. 03.21(금) 12:47
  • 선호성 기자

“읍면의 대표 단체를 행정에서 뭘로 보느냐? 앞으로는 주민자치회를 보겠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이건 문제가 있다. 읍면에 불협화음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지난 18일 열린 제314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자치행정위원회. 고화자 의원의 날카로운 질의에 박영하 자치행정과장이 방어적으로 답변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영암군이 제출한 ‘군민의 날 및 읍면민의 날에 관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놓고 의원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집행부 측은 대체로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주민자치회냐 문체위냐” 읍면 대표성 갈등

쟁점은 단순해 보였다. 읍면민의 날 행사 주관단체를 기존 ‘문예·체육행사추진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협의회’에서 ‘주민자치회 등’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 조항이 가진 의미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고화자 의원은 “군에서 각 읍면 대표 단체를 지금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영하 과장은 “현재는 11개 읍면이 공통적으로 읍면 문체위나 일부 면에서는 발전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주민들의 대표 단체를 주민자치회로 가야 되는 방향”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에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시작됐다. 고화자 의원은 “주민자치회 안에 문체위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단호히 지적했고, 이만진 위원장도 “이거 문제가 있어요”라며 거들었다. 집행부 측은 군수의 정책 방향에 따라 주민자치회 확대를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뚜렷한 반박을 내놓지 못했다.


읍면 단체 간 ‘갈등 유발’ 우려

의원들의 우려는 단순한 단체 명칭 문제가 아니었다. 영암군 11개 읍면 중 현재 주민자치회가 구성된 곳은 5개 읍면(영암읍, 시종면, 도포면, 군서면, 서호면)에 불과하다. 나머지 6개 읍면은 여전히 문체위나 발전협의회 같은 기존 단체가 지역 현안을 주도하고 있다.

정선희 의원은 “각 읍면에 지금 반발이 나오고 있다”며 “이것이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천수 의원도 “집행부가 너무 시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미암면은 발전협의회 위원장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각 읍면에 불협화음을 만드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지 취재진이 현장에서 목격한 바에 따르면, 의원들은 분명히 상기된 상태였고 집행부의 일방적인 조례안 추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 박영하 과장은 방어적인 자세로 군수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지만,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 읍면 대표성 문제로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영암군 의원들


‘권한과 예산’ 배분 문제로 확대

자치행정위원회 심의에서는 읍면 대표성을 넘어 예산 권한 문제도 쟁점이 됐다. 이만진 위원장은 “주민자치회가 주가 되고 예산도 행정에서 모두 주민자치회에 준다면, 그동안 읍면의 중심이었던 문체위는 어떻게 되느냐”고 강하게 물었다.

박영하 과장은 “현재는 주민자치회에서 주도적으로 할 계획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의원들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고화자 의원은 “읍면에 불협화음만 만들게 원인 제공하는 동기가 된다”며 더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원들 수정안 제출…집행부 계획 제동

결국 고화자 의원은 조례안 수정안을 제출했다. “현행과 같이 읍·면민의 날은 해당 읍·면 문예·체육행사추진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협의회에서 결정한 날로 한다”라는 원안 유지를 제안했고, 이 수정안은 별다른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의원들은 주민자치회 제도 자체보다 성급한 추진 방식을 문제 삼았다. 고천수 의원은 “너무 시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만진 위원장도 “주민자치회가 11개 읍면에 다 기초가 된 다음에 집행부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집행부 측은 의원들의 강한 비판에 별다른 반박 없이 수정안을 수용했다. 회의장 분위기는 명백히 의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집행부의 방어적 대응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형평성 논란으로 확대되는 갈등

이번 조례안 심의에서 드러난 집행부-의회 간 갈등은 앞서 본지가 보도한 ‘5개 읍면에만 특혜?…영암군 참여예산제 형평성 논란’(3월 14일자) 기사 내용과 맞닿아 있다. 영암군은 ‘2025년 주민·청년 참여예산제도 운영계획’을 통해 주민자치회 구성 5개 읍면에만 8천만~1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는 반면, 미구성 지역 6개 읍면은 관련 예산 지원이 전혀 없는 불균형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와 기존 읍면 대표단체 간의 권한과 위상 문제는 단순한 행정 체계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단체가 읍면을 대표하느냐에 따라 예산 배분, 마을 현안 해결 주도권, 지역 행사 개최권 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집행부는 “주민들이 협의해서 결정한 사항대로 가겠다”고 강조했지만, 의회는 행정이 주민자치회 중심으로 정책을 재편하려는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군이 지난 17일 ‘영암 혁신리더들, 주민자치회 성공 전략 배워’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주민자치회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향후 영암군의 주민자치회 확대 정책이 의회 및 기존 읍면 단체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실질적인 주민 참여와 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자치회의 순기능을 살리되, 기존 단체들의 역할과 경험도 존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이만진 위원장이 지적한 것처럼 “주민들한테 동의도 안 얻고” 추진하는 정책은 오히려 주민 자치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행정과 의회, 그리고 다양한 주민 단체들이 지역 발전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 찾기가 시급해 보인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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