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송전선로 관련 Q&A에서 “조례 공표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조례 제3조 제1항 제8호에 ‘변전소 등’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담당 팀장은 “송전탑은 발전설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가, 조례 조문을 지적받자 “재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2년간 침묵하고도 “주민들이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영암군의 태도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보공개의 실패다. 영암군은 2023년 4월부터 송전선로 계획을 인지했으면서도 2년간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았다. 군은 “한전 사업이고 우리는 결정 권한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핵심을 벗어난 변명이다. 인허가 권한의 유무와 주민 고지의무는 별개의 문제다. 조례는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에 대해 ‘알릴 의무’를 부여한 것이지, 결정 권한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주민대표로 참여한 이장단장들도 일반 주민들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회의에 참석했다. 같은 시기 함평군이 주민들과의 소통으로 송전선로 계획을 재검토하게 만든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 참여와 알권리 보장이다. 주민의 건강과 재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45kV 송전선로와 50미터 철탑 건설을 2년간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한 조례 위반이자 주민 기본권 침해다. 영암군은 이번 기회에 조례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담당자들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과제다. 재생에너지 확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희생만을 요구해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정책과 지방자치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진정성 있는 주민 참여에서 시작될 것이다. 권한이 없다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