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345kV 송전선로 건설 논란에 대한 Q&A 자료를 배포하면서 “조례 공표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본지 확인 결과 명백한 조례 위반이자 거짓 해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암군 농업경제국 지역순환경제과는 지난 19일 배포한 ‘송전선로 Q&A’ 자료에서 “밀실행정, 갈등시설 조례에 따라 공표를 했나요?”라는 질문에 “조례에 공표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 관련 절차 모두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영암군 갈등해소를 위한 사전고지 조례 내용 일부

조례 명시에도 “대상 아님” 주장

그러나 ‘영암군 갈등해소를 위한 사전고지 조례’ 제3조 제1항 제8호를 확인한 결과, 명시적으로 “변전소”를 포함해 “그 밖의 대규모 사업 허가사항으로 주민들의 건강이나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시설”이 사전고지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조례 제3조 제1항 제8호는 변전소를 구체적 예시로 명시하면서도 ‘등’이라는 표현으로 송전선로 같은 유사 시설을 모두 포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45kV 초고압 송전선로와 50미터 높이 철탑은 이 조항에 명백히 해당한다.

▲ 송전선로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Q&A 내용 일부. 현재 Q&A는 홈페이지에서 내려간 상황이다.

천제영 영암군 에너지산업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송전탑은 발전설비가 아니라서 조례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가, 해당 조례의 동조 동항의 제8호 지적에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조례 제6조에 따르면 영암군은 인허가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군 홈페이지 게재, 읍면 게시판 게시, 해당 이장에 서면 통지 등의 방법으로 주민들에게 사전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영암군은 2023년 4월 한전의 송전선로 계획을 인지한 이후 2025년 9월까지 약 2년간 이러한 고지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2025년 8월 말에서 9월 초에야 비공식적으로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 탓” 책임전가와 다른 사례로 물타기

영암군은 Q&A 자료에서 “이 사업에서 지자체가 결정 권한은 없습니다”라고 명시하며 권한 부재를 강조했다. 특히 “군청이 주민들 모르게 비공개로 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영암군은 “본인들이 몰랐다고 비공개 했다거나 감췄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며, 2년간의 정보 차단을 주민들 탓으로 돌렸다.


더욱 문제 되는 점은 영암군이 “신해남-신강진 송전선로는 영암 주민대표들이 회의에서 강력하게 의견제시하여 학산면, 미암면, 서호면 구간은 최종 제외됐다”며 다른 송전선로 사례를 들어 자신들을 변호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문제가 되는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와는 별개 사안으로, 오히려 영암군이 특정 사업에는 대응하면서 정작 4개 읍면을 관통하는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는 2년간 은폐했다는 ‘선택적 행정’의 증거가 된다.

천제영 팀장은 별도 인터뷰에서 “한전이 사업 주체고 저희는 협조만 하는 입장”, “마을 대표들이 읍면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빠진 것 같다”, “이것은 우리 군 숙원사업이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한전과 이장단에게 책임을 돌렸다.

영암군이 추천한 주민대표 9명은 대부분 이장단장들로, 일반 주민들의 위임 없이 입지선정위원회에 참여했다. 실제로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대한 함평군은 송전선로 노선에서 사실상 제외됐지만, 2년간 정보가 차단된 영암군은 4개 읍면 관통이 확정됐다.

영암군은 Q&A에서 “주민설명회를 총 5회 실시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2년간 실제로 열린 설명회는 2024년 10월 읍면 주민대표만 대상으로 한 1회뿐이었다. 주민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분노하며 지난 17일 나주 한전 본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10월 국정감사 기간 추가 집회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