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순 전남도 기반산업과장

전남에서 생산되는 단일 제품으로 가장 비싼 것은 단연 선박이다. 중대형 선박을 기준으로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생산기간도 1척당 최소 수개월이 소요된다. 가격이 비싸고 생산기간도 긴 만큼 조선업의 규모와 조선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남의 조선업 종사자는 2만 4,000여 명으로 도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25%를 차지한다. 전남의 3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2만 2,893명), 철강(1만 7,611명)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인원이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전남은 영남지역에 이어 제2의 선박 생산기지다. 특히, 대불국가산단을 비롯한 전남 서남권 산단은 2020년에 세계 최초로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글로벌 친환경 선박의 중심지다.

전남의 조선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풍파를 겪었다. 2016년 글로벌 수주절벽을 겪은 이후, 조선업 밀집지역인 목포시, 영암군, 해남군은 2018년부터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작년부터 글로벌 선박 시장이 살아나면서, 도내 주요 조선사들은 2013년 이후 최고의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주 성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혹독한 버티기’가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내국인의 조선업 취업 기피와 코로나 19 장기화로 외국인 인력이 제때 입국하지 못해 조선인력까지 턱없이 부족하여 도내 조선기업들이 많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전남도에서는 고민이 크다. 조선업이 전남의 산업과 특히, 서남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전남도에서는 현재 ‘조선인력 부족’의 위협요인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의 기회요인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마련하여 추진중이다. ‘수주실적에 걸맞은 안정적 조선 인력수급’과 ‘친환경·스마트화를 통한 조선업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안정적 조선 인력수급’은 전남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내국인의 인력수급을 위해 지난 추가경정 예산에 15억원을 확보하여 신규 취업자 이주 정착과 재직자의 고용 유지, 퇴직자의 채용을 돕고 있다.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력과 기업에 훈련수당과 채용지원금도 확대 지원한다. 외국인 인력수급을 위해서는 조선업 전문인력 외국인 고용 비율 한시적 확대(50%), 숙련기능인력 비자 전환(E-9 → E-7) 근무연수 조건 완화(4년), 외국인 정착을 유도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선정 등을 도지사께서 법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 건의했다. 그 결과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영암군·해남군·강진군·장흥군이 선정되어 조선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청년을 비롯한 신규 인력이 전남에 정착하도록 정주여건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영암 대불산단에는 43억원을 투입해 근로자를 위한 복합문화센터를 건립 중이며 공동근로복지기금 6억원을 마련하여 근로자 복지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인력확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친환경·스마트화를 통한 조선업 체질 개선’이다. 전남도는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조선업 체질 개선을 위한 기술력 확보와 인프라 확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조선업 특화산단인 전남 서남권 산단이 올해 정부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산단 대개조’사업에 선정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서남권 산단은 내년부터 3년간 ‘스마트 공장 구축’,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구축’ 등 25개 사업에 3,619억원이 투입돼 노후 산단을 미래형 스마트·그린 산단으로 리모델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외국 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LNG 화물창 특허 기술료를 절감하기 위해 252억을 투입해 국산화 실증센터를 구축 중이며, 향후 LNG선박 1척당 100억원의 기술료 절감이 기대된다. 목포 남항에는 국가 연구기관인 KRISO(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1,032억원의 국비를 확보하여 ‘친환경 선박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선박 블록제조 분업 위주의 단편적 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리 조선 분야와 중소형 선박 고도화에도 국가지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 목포 신항만에 2,387억원의 국비를 확보하여 해경 서부정비창을 신설 중이고, 51억원의 국비를 확보하여 중소조선 스마트 생산혁신지원 사업도 추진 중이다.

우리에게는 글로벌 선박 시장 호황의 기회요인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전남 친환경 선박의 독보적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지금은 조선산업 재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전남도가 추진하는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지자체, 혁신기관, 기업 등 지역민이 하나되어 전진할 때다.

▲ 영암군 대불산단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