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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수사(修辭)는 저널리즘의 무덤이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영암일보 류재민 주필이 게재한 창간 4주년 기념사를 읽으며 이 경구가 유독 가슴에 와 닿았다.
주필은 기념사에서 ‘정론직필’과 ‘감시견 역할’을 강조했다. 지역언론의 책무로 ‘공정 보도’와 ‘지역민의 알권리 충족’을 역설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2년여간 영암일보는 단 한 건의 자체 취재 기사도 생산하지 못했다. 오로지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보도자료 베끼기로 지면을 채워왔을 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론직필’을 운운하는 것은 자기기만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주필 본인이 영암군청 혁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관변 직책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위 행정분과위원장의 민간위탁사업 독식이라는 중대한 이해충돌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감시하고 보도하지 않은 것은, 그가 말한 ‘감시견 역할’이 얼마나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필은 기념사에서 “정치권이 성찰하지 못한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언론인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윤리마저 저버린 채, 권력기관의 홍보대행사 수준으로 전락한 자사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는 마치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역언론의 책무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지역신문 특별법’이 규정한 바와 같이 공기(公器)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수사가 아닌 기본에 충실한 저널리즘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체 취재도 하지 않고, 권력과 유착된 채 이해충돌 문제는 외면하면서 ‘정론직필’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필은 기념사 말미에서 “더 높게 더 넓게 더 깊게 자기성찰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먼저 거울을 보기 바란다. 지난 4년간의 보도행태를 돌아보고, 언론인으로서 본인의 이해충돌 문제를 직시하기 바란다. 진정한 성찰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먹고사는 것이 정치’라고 주필은 말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과연 영암일보는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가. 지자체 보도자료와 관변 직책으로 연명하는 언론사가 어찌 지역사회의 올바른 공론장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창간 4주년을 맞아 화려한 수사로 치장된 기념사를 쓰기 전에, 먼저 기본을 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진정한 지역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관성적인 보도자료 베끼기와 권력과의 유착관계부터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주필이 말한 ‘정론직필’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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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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