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남교육감이 거주중인 한옥. [사진=연합뉴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이 과거 교육청 납품비리에 연루된 업체 대표의 배우자 소유 한옥에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월세로 거주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도교육청과 전교조 전남지부 등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2023년 6월부터 현재까지 무안군 남악신도시 내 381㎡ 규모 한옥을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05만 원에 임차해 거주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당선 후 교육감 관사를 없애겠다는 공약에 따라 기존 관사를 처분하고 개인적으로 거주 주택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한옥의 소유주가 2017 ~2018년 ‘암막 스크린 납품 비리’ 사건에 연루된 업체 대표의 배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건은 전남 62개 학교를 대상으로 28억 원 규모의 영사용 스크린을 납품하면서 10억 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긴 대형 비리로, 전·현직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등 40여 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김 교육감이 내는 월세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남도회는 해당 한옥의 적정 월세를 150~170만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김 교육감의 월세 105만 원은 적정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최대 65만 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시기적으로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옥 소유주가 2023년 4월 5억 원에 이 한옥을 매입한 직후인 6월에 김 교육감과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게다가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교조 전남지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5억 원짜리 집을 모르는 사람에게 보증금 3,000만 원에 임대해 줄 수 있느냐”며 “공직자와 납품업자 간 이해충돌, 나아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김 교육감에게 ▲거주 계약 경위와 과정을 소상히 밝힐 것 ▲교육공동체와 도민에게 사과할 것 ▲교육청 감사관실의 철저한 자체 감사 실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익감사 청구와 경찰 수사 의뢰, 공수처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8일, 교육감 측 관계자는 “한옥 소유주가 누구인지 몰랐으며, 주택 인근에 내걸린 월세 매물 광고 현수막을 보고 우연히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개인 사정상 단독주택을 임차할 수밖에 없었는데 도교육청 인근에는 임대 물건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임대인 가족이 납품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된 만큼 조속히 다른 곳으로 이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