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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벼인데, 이렇게라도 해야 우리 목소리를 들어줄 것 같아서…”
5일 오전 영암군청 앞. 간밤에 내린 비로 쌀쌀한 날씨 속에서 농민들이 하나둘 나락(벼)을 실은 차량을 몰고 모여들었다. 영암군농민회와 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 등 3개 농민단체는 이날 군청과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앞에서 나락 야적 투쟁을 벌였다.
더딘 수확 작업에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야적된 나락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표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올가을처럼 날씨가 궂은데도 어떻게든 수확한 벼”라며 “이렇게라도 해놓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1500평에서 톤백 하나가 사라졌다”…수확량 급감에 품질도 ‘뚝’
올해 영암 농민들은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수확량이 급감한 데다 품질도 떨어졌고, 쌀값마저 폭락하고 있다.
영암군 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수확량이 전년 대비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더 심각하다. 한 농민은 “1500평 한 단지에서 평소 5개가 나오던 톤백이 4개밖에 안 나왔다”며 “누가 훔쳐간 것도 아니고, 하늘이 가져갔다”고 푸념했다.
품질도 문제다. 1등급 비율이 크게 떨어졌고, 볏짚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축산농가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농민들은 곤포 사일리지 한 개의 가격이 1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10월 초 18만 8천 원이던 햅쌀 가격은 25일 18만 2천 원까지 하락했다. 현재 40kg당 벼 시세는 5만 2천 원으로, 생산비(5만 3천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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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됩니까?”…영암군청 무대응에 쌓이는 분노
농민들의 분노는 쌀값 폭락 자체보다 지자체와 농협의 무대응에 더 크게 쏠려있다. 지난 9월 군서면 들판에서 벼를 갈아엎고 3개 단체 대표가 삭발 시위를 벌인 이후 두 달 동안, 영암군은 “고민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김봉식 쌀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농민들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데 영암군은 별의별 해괴망측한 축제를 만들면서 농민들 얘기는 듣지 않는다”며 “농업이 성장 동력임을 분명히 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2022년 영암군이 40kg당 3천 원의 행정장려금을 지급해 나락값 하락을 막았던 선례를 들며, 올해는 5천 원의 행정장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군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설명에도 반박이 나온다. 권혁주 사무국장은 “실제 지급은 내년 본예산에 반영해 1~2월에 이뤄진다. 결정만 해도 시세 지지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볏값 7만원’ 공약은 허공으로 날아갔고, 지역 농협들은 우선지급금 인상과 출하장려금 지급 요구에 “조합장들이 합의가 안 된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정철 영암군농민회장은 “축제, 축제, 축제… 다른 시군은 두세 개꼴로 하는데, 우리 농민들의 삶과 나락값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행정이나 농협이 말을 안 들으면 결국 몽둥이밖에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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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시한, 그 이후엔…”
농민단체들은 영암군과 농협에 일주일의 시한을 주고 나락 야적 투쟁에 들어갔다. “자식 같은 벼가 비를 맞든 눈을 맞든” 야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일주일 안에 답이 없으면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과거 농협군지부장실 봉쇄, 군청 앞마당 나락 살포, 나락 화형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농민은 “일주일? 그것도 길다. 내일모레 갖다 집어넣어버려야 한다”며 격분했다.
이들은 정부의 20만톤 시장격리 등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수입쌀 문제와 양곡관리법 개정 등 핵심 과제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지역경제 전반의 위기도 우려된다. 쌀농사를 짓는 영암 농민 1만 6천여 명의 가계가 흔들리면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은 “통장에 돈이 들어와도 농약값, 비료값, 임차료 내고 나면 텅 비어버린다”며 “또다시 빚을 내서 내년 농사를 지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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